마을 수호신 ‘언덕 위의 꽃돌’ 160여 점 한 자리에
2025년 01월 28일(화) 16:30 가가
김주영 사진전… 마애불, 미륵, 벅수장승, 솟대 등
예술이 빽그라운드서 오는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예술이 빽그라운드서 오는 2월 1일부터 28일까지
마애불, 미륵, 벅수장승, 짐대(솟대) 등….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바위’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예로부터 솟대와 장승, 벅수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사시사철 마을 초입에 또는 대문 앞을 지키며 액운을 물리치고 수문장 역할을 해왔다.
을사년 새해를 맞아 장승과 솟대 등 사진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특히 석장승, 벅수, 미륵과 마애 또한 불상 등 전남에 분포된 200여점 중 160여점이 첫선을 보힌다. 어수선한 시국 ,바위 문화재들이 전하는 복과 번영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위안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예술이 빽그라운드(대표 이당금)에서 오는 2월 1일부터 28일까지 진행되는 김주영 검오일 사진전이 그 것.(전시 오프닝은 1일 오후 3시).
‘한국의 바위문화_전라남도’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광주를 비롯해 전남 18 지역에 있는 바위문화들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작품은 검오일 방식으로 구현됐다. ‘1855년 프랑스의 알퐁스 포아트뱅(Alphonse Poitevin)가 발견한 회화주의 사진의 주된 기법’이다. 또한 검오일 프린트는 ‘1989년 미국 칼 퀘니히(Karl Koenig)에 의해 발견된 동시대 회화주의 대안 프린트’이기도 하다.
사진작작가 김주영은 지난 1986년 경희대 건축과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예술가의 꿈을 좇아 그는 2009년부터 뒤늦게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그가 바위에 대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어떤 이로부터 사진집 한 권을 선물 받고서였다. 그에 따르면 “사진집에는 거칠지만 정겹고, 익살스럽지만 해학이 가득한 우리나라의 벅수와 장승들로 가득했다”며 “그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어느 날 궁금증이 일었다”고 전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사진집에서 봤던 장승과 벅수들은 지금도 그곳에 있을까? 마을을 지키고 민초들의 슬픔을 달래 주던 소망의 등불이자 지킴이였던 그들은 무탈할까?”
그렇게 2016년부터 8년간 전국의 박수와 장승, 마애불과 미륵불 등을 찾았다. 촬영한 작품은 검오일 방식으로 인화해 이번 지역의 바위문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작품의 사진 크기는 모두 A3 크기(27x40.5cm).
김 작가는 “지정 문화재는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보존이 잘 안 된 비지정 문화재나 민속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번도 틀린 데다 인구 소멸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운 경우는 소재 파악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영암 아천리 미륵 굴 미륵 같은 경우가 그러한 예다. 폐가 뒷마당에 있어 출입구가 봉쇄돼 있거나 덤불과 쓰레기 더미가 대문 앞을 막고 있는데, 그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지만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 ‘진산뫼들’에 있는 한 쌍의 바위 장성은 기억에 남는다. 남성상은 ‘대장군‘(240cm), 여성상(220cm) 높이로 ‘진제등’이라는 명문이 몸체에 각인돼 있다.
두 장성은 지난 1989년 도난을 당했다. 주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해 1993년 새로 조성했다. 사진은 새로 조성된 장성으로 이번 전시는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문화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대장군’과 ‘진제등’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장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도 있다.
김 작가는 “마을의 수호신이자 민중들의 민초들 아픔을 달래주던 소망의 등불이었던 문화재를 지키는 것은 이제 우리의 차례”라며 “어떤 거창한 행동보다도 ”조용히 바라보며 살피는 것이 먼저”라고 답했다.
그는 정호(程顥)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다. ’모든 만물은 조용히 바라보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萬物靜觀皆自得).
이당금 대표는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마을 어귀나 산속 수풀, 산꼭대기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미륵과 벅수, 장승, 마애, 솟대 등 ‘언덕 위의 꽃돌’을 볼 수 있는 자리”라며 “시간이라는 풍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민초들의 아픔과 소망을 모두 아울러온 바위 문화를 통해 오늘의 우리가 지켜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사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바위’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예로부터 솟대와 장승, 벅수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었다. 사시사철 마을 초입에 또는 대문 앞을 지키며 액운을 물리치고 수문장 역할을 해왔다.
특히 석장승, 벅수, 미륵과 마애 또한 불상 등 전남에 분포된 200여점 중 160여점이 첫선을 보힌다. 어수선한 시국 ,바위 문화재들이 전하는 복과 번영에 대한 이야기는 그 자체로 위안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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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
‘한국의 바위문화_전라남도’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광주를 비롯해 전남 18 지역에 있는 바위문화들을 다채롭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가 바위에 대한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 어떤 이로부터 사진집 한 권을 선물 받고서였다. 그에 따르면 “사진집에는 거칠지만 정겹고, 익살스럽지만 해학이 가득한 우리나라의 벅수와 장승들로 가득했다”며 “그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던 어느 날 궁금증이 일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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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쌍계사지 장승. <예술이 빽그라운드 제공> |
그렇게 2016년부터 8년간 전국의 박수와 장승, 마애불과 미륵불 등을 찾았다. 촬영한 작품은 검오일 방식으로 인화해 이번 지역의 바위문화로 선보이게 된 것이다. 작품의 사진 크기는 모두 A3 크기(27x40.5cm).
김 작가는 “지정 문화재는 보존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지만 보존이 잘 안 된 비지정 문화재나 민속자료는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지번도 틀린 데다 인구 소멸로 마을 사람들을 만나기조차 어려운 경우는 소재 파악이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영암 아천리 미륵 굴 미륵 같은 경우가 그러한 예다. 폐가 뒷마당에 있어 출입구가 봉쇄돼 있거나 덤불과 쓰레기 더미가 대문 앞을 막고 있는데, 그러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모든 작품이 다 의미가 있지만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 ‘진산뫼들’에 있는 한 쌍의 바위 장성은 기억에 남는다. 남성상은 ‘대장군‘(240cm), 여성상(220cm) 높이로 ‘진제등’이라는 명문이 몸체에 각인돼 있다.
두 장성은 지난 1989년 도난을 당했다. 주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찾지 못해 1993년 새로 조성했다. 사진은 새로 조성된 장성으로 이번 전시는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문화재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대장군’과 ‘진제등’이라는 명문이 새겨진 장성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차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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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연당미륵. <예술이빽그라운드 제공> |
그는 정호(程顥)의 시 ‘추일우성’(秋日偶成)에서 한 구절을 인용한다. ’모든 만물은 조용히 바라보면 스스로 깨달음을 얻게 된다‘(萬物靜觀皆自得).
이당금 대표는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마을 어귀나 산속 수풀, 산꼭대기에서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미륵과 벅수, 장승, 마애, 솟대 등 ‘언덕 위의 꽃돌’을 볼 수 있는 자리”라며 “시간이라는 풍화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키며 민초들의 아픔과 소망을 모두 아울러온 바위 문화를 통해 오늘의 우리가 지켜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사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