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트의 ‘본향’ 프랑스 감성을 전달하고파”
2025년 01월 22일(수) 21:20
플루티스트 지아셀 오는 25일 '귀국 독주회' ACC 예술극장서
호남예술제 출신으로 전남대, 프랑스 발 모베 음악원 등 수학

광주 출신 플루티스트 지아셀이 오는 25일 ACC 예술극장에서 ‘지아셀 귀국 플루트 독주회’를 펼친다. 지난 21일 금남로 일대에서 만난 지 씨.

“매번 무대 위에 서면 악기를 연주하는게 아니라 노래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자를 카운트하는 기계인 메트로놈처럼 감정 없이 텅잉(진동)하기보다, 선율을 써내려가듯 정념을 표현하고 싶습니다.”

독특한 이름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플루티스트 지아셀(33·지 Jasher) 씨. 히브리어에서 유래해 교회식으로 지은 그의 이름은 예명 아닌 본명이다.

개성 있는 명칭만큼 그의 이력도 흥미롭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예고, 전남대 음악학과를 실기우수자로 입학한 뒤 수석 졸업, 프랑스 발 모베 음악원에서 실내악(DEM) 과정으로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생모르 시립음악원 Perfectionnement를 거쳐 세르지 국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면서 전문 연주자로서 기반을 갖췄다.

일찍이 그는 호남예술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두각을 나타냈으며, 교토필하모닉 체임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면서 얼굴을 알렸다.

지아셀이 오는 25일(오후 7시) ACC 예술극장에서 ‘지아셀 귀국 독주회’를 갖는다. 이번 행사는 앙상블칸타빌레가 주최한다.

지난 21일 금남로 일원에서 지아셀을 만나 그동안의 음악 여정을 비롯해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왜 프랑스로 갔냐는 질문에 그는 “‘플루트 본향’이라는 상징성보다도 그들의 음악이 선사하는 원천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답했다.

그는 “감명 깊게 듣고 자란 프랑스 출신 조지 에네스코 등에게 어떤 음악적 특별함이 있는지 궁금해 ‘본토’로 떠났다”며 “이번 귀국 독주회를 장식하는 첫 곡도 에네스코의 ‘Cantabile et presto’다”고 했다.

“발 밑만 보다 보면 계속 저 아래만 보이는 것 같아요. 늘 높은 곳을 바라보되 타인과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 예술가로서 성장에 도움이 되겠죠.”
그는 비교적 호흡이 짧아 관악기에 숙달되는 데 어려움이 뒤따랐다고 했다. 그럼에도 “갖고 있는 공기의 총량을 잘 활용하면 오히려 장점으로 승화되는 측면이 있다”며 웃었다.

일례로 점점 공기를 빼고 데크레셴도로 표현해야 하는 곡에서 오히려 호흡을 가미, 크레셴도로 변주하는 식이다. 물론 기본기에 충실해야만 베리에이션(변주)과 애드리브가 가능하다.

지아셀은 이번 연주회에서 새로운 도전을 이어간다.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1부는 익숙한 곡, 2부는 난도 높고 익숙지 않은 곡으로 편성했다. 당초 6월 이후 연주회를 계획했으나 “부족하더라도 연주회 일정을 빨리 잡아야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공연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그는 “연습 과정에서 까미유 생상스의 ‘론도 카프리치오소’가 가장 어렵게 다가왔다. 바이올린으로 편성됐던 곡을 플루트로 재해석하는 터라 레가토(연음), 주선율의 과감성을 녹여내는게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야사 하이페츠나 막심 뱅개로프 등, 유명 바이올리니스트의 영상을 보며 숙달에 이르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작년 광주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진행했던 ‘광주윈드페스티벌 앙상블’ 연주회. <지아셀 제공>
그는 예고 재학시절 경험도 풀어놨다.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하는 경쟁적인 분위기가 싫어 잠시 학교를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지만, 결국 예술가가 천직이라는 생각에 보면대 앞으로 다시 돌아왔다.

“발 밑만 보면 계속 저 아래만 보이는 것 같아요. 타인과 비교하거나 한가지 생각에만 골몰하면 예술가로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직 자신을 증명하고 인내하면 언젠가 빛을 발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거라고 봐요. ‘”

한편 지아셀은 광주 윈드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현재 나주 청소년오케스트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또한 공연기획사 아르테아(artea)를 설립, 다양한 작품을 기획하고 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