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쏘다<1> 광주시립창극단 창악부 이서희 상임단원
2025년 01월 19일(일) 14:30 가가
최근 ‘여울물 소리’서 주역 연옥 역할 소화, 6월 ‘판소리 감상회’ 등
이미지 트레이닝 통해 관객과 소통, 정해진 가사집 벗어날때 ‘쾌감’
이미지 트레이닝 통해 관객과 소통, 정해진 가사집 벗어날때 ‘쾌감’
공연의 흥행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다. 그 가운데 관객의 이목을 끄는 ‘스타 단원’은 티켓파워를 보증하는 중요 요인이다.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 광주시립예술단에는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단원들이 포진해 있다. 활동이 기대되는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광주시립창극단 창악부 이서희(30) 상임단원에 처음 눈길이 갔던 건 지난 10월, 황석영 작가의 아들 황호준 씨가 연출한 ‘여울물 소리’ 리허설 자리에서였다. 창극단 35주년을 기념하는 당시 공연에서 주역을 맡은 이 씨는 정승기 단원과 페어(한 쌍의 배역)를 이뤄 아름다운 합을 보여줬다. 힘 있는 소리에서는 너끈한 우리 말맛과 판소리의 고아함이 배어 나왔다.
최근 유선 인터뷰로 다시 만난 이 씨는 “당시 공연이 상임단원으로서는 첫 주역 무대였는데 돌이켜보니 긴장되기도 했다”며 “주인공 ‘연옥’으로서 전통 요소뿐 아니라 뮤지컬적 발성, 전통 5바탕을 벗어난 소설적 각색에 맞춰 소리할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만 15세에 소리를 시작한 이 씨는 국립국악중에서 가야금을 전공하던 중, 창극 작품을 보고 판소리에 매료돼 전과했다.
이후 국립국악고와 한예종(학·석사)에서 각각 판소리를 전공하면서 소리꾼의 길을 걸었고 19년 비상임단원으로 광주시립창극단에 합류, 22년부터 최연소 상임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 출신인 그는 전북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제19회 완산전국국악대제전 일반부에서 대상을, 제19회 명창 박록주 전국국악대전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제27회 전국 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에서 명인부 대상을 거머쥐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이 씨의 연습 방식은 이색적이면서도 친근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준비하는 동안 집안 곳곳에 직접 작성한 문구와 그림들을 붙여둔다.
가령 ‘심청가’ 준비 중에는 몽룡이를 책상 앞에 붙여둔다거나, 여울물 소리에서 연옥의 ‘고고천변’ 등을 연습할 때는 강과 산수풍경으로 벽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에너지를 쏟는 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그림에는 늘 관객과 귀명창들의 존재도 포함되는데,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이 ‘관객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해진 가사집을 벗어나서 소통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가령 한 공연에서는 가사가 기억나지 않을 때 물을 마시고 돌아오자 관객이 “여기까지 했었다”며 알려준 적이 있었다”며 “그런 귀명창과 소통하고 싶은 바람에 항상 관중을 그린 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소리꾼의 길을 걸으며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드라마 ‘정년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면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씨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며 쉼의 시간을 줬다고 한다. 특별히 아프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 목 상태를 체크한다.
“국악이라는 장르 자체가 대중가요, 클래식, 뮤지컬 등에 비해 티켓파워나 관심이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저와 같은 젊은 예술가들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요. 광주시립창극단도 ‘창극 대중화’를 위해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중이죠. 그 선두에 서고 싶습니다.”
이 씨는 무대 위에 설 때와는 달리 평소에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서른 살 여자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놀이동산을 가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창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그는 “창극의 큰 흐름이 동시대적 흐름과 조응하는 것이기에, 연습이 끝나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대적인 관점을 작품에 녹이려 한다”며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한편 이 씨는 국립국악원 ‘그네를 탄 춘향’, 시립창극단 ‘효, 심청, 꽃도 졌다 다시피고’, 서암음악회 ‘판소리 바탕전’, ‘차세대 명인전’ 등에 출연해 왔다. 해외에서도 세계 4대 축제인 멕시코 ‘국제 Cervantino’에서 한국 대표로 초청공연을 펼쳤으며 2017년 미국 샌디아고, 워싱턴 D.C 등에서 순회 공연을 했다.
2018년에는 아랍에미리트 NYU in abudabi에 한국 대표로 출연했으며 이듬해 중국 Chongqing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공연’을, 2021년 세계 25대 국제음악 페스티벌인 ‘Poland_Ethno port poznan’ 축제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현재 채수정소리단, 국악창작그룹 tthe: 돌이 동인이며 광주예술 중·고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강사로 활동 중.
이 씨는 오는 6월 25일 ‘판소리 감상회’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들려줄 예정이다. 왕기석으로부터 판소리 ‘수궁가’를 이수 받았지만, 예능보유자 고(故) 성창순에게 사사받은 ‘심청가’ 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최근 유선 인터뷰로 다시 만난 이 씨는 “당시 공연이 상임단원으로서는 첫 주역 무대였는데 돌이켜보니 긴장되기도 했다”며 “주인공 ‘연옥’으로서 전통 요소뿐 아니라 뮤지컬적 발성, 전통 5바탕을 벗어난 소설적 각색에 맞춰 소리할 수 있어 새로운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경기도 안양 출신인 그는 전북도 무형유산 판소리 ‘수궁가’ 이수자이기도 하다. 제19회 완산전국국악대제전 일반부에서 대상을, 제19회 명창 박록주 전국국악대전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외에도 제27회 전국 전통공연예술경연대회에서 명인부 대상을 거머쥐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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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가 이미지 트레이닝을 위해 방에 붙여둔 메모와 그림들. 수험 생활을 하던 고등학생 시절 책상 한 번쯤 책상 머리맡에 붙여뒀을 법한 내용들이라 친근하다. |
가령 ‘심청가’ 준비 중에는 몽룡이를 책상 앞에 붙여둔다거나, 여울물 소리에서 연옥의 ‘고고천변’ 등을 연습할 때는 강과 산수풍경으로 벽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에너지를 쏟는 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그림에는 늘 관객과 귀명창들의 존재도 포함되는데, 판소리의 가장 큰 매력이 ‘관객과의 소통’이기 때문이다.
이 씨는 “정해진 가사집을 벗어나서 소통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가령 한 공연에서는 가사가 기억나지 않을 때 물을 마시고 돌아오자 관객이 “여기까지 했었다”며 알려준 적이 있었다”며 “그런 귀명창과 소통하고 싶은 바람에 항상 관중을 그린 채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소리꾼의 길을 걸으며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드라마 ‘정년이’처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면 자책감이 들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이 씨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며 쉼의 시간을 줬다고 한다. 특별히 아프지 않더라도 정기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아 목 상태를 체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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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창극단이 지난해 5월 광주예술의전당에서 펼쳤던 기획공연 ‘천변만화’ 중 ‘광한루’ 한 장면. |
이 씨는 무대 위에 설 때와는 달리 평소에는 친구들과 카페에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서른 살 여자다.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거나, 놀이동산을 가는 등 소소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 창작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그는 “창극의 큰 흐름이 동시대적 흐름과 조응하는 것이기에, 연습이 끝나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대적인 관점을 작품에 녹이려 한다”며 다양한 경험의 중요성을 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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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립창극단 35주년을 맞아 선보였던 창극 ‘여울물 소리’에서 주역을 맡아 리허설하는 이서희 단원. |
2018년에는 아랍에미리트 NYU in abudabi에 한국 대표로 출연했으며 이듬해 중국 Chongqing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공연’을, 2021년 세계 25대 국제음악 페스티벌인 ‘Poland_Ethno port poznan’ 축제에 한국 대표로 출전했다. 현재 채수정소리단, 국악창작그룹 tthe: 돌이 동인이며 광주예술 중·고교, 한국예술영재교육원 강사로 활동 중.
이 씨는 오는 6월 25일 ‘판소리 감상회’ 무대에 올라 ‘심청가’를 들려줄 예정이다. 왕기석으로부터 판소리 ‘수궁가’를 이수 받았지만, 예능보유자 고(故) 성창순에게 사사받은 ‘심청가’ 실력을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