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시들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만나다
2025년 01월 17일(금) 00:00 가가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 - 박진한 지음
“머리로는 국가 대 국가, 민족 대 민족의 관점에서 일본을 바라보면서도 몸과 마음은 일본 문화를 소비하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집단적인 ‘반일’ 정서에 휩쓸리지 않으면서 주관적인 경험이나 개인적인 취향을 넘어 일본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방법은 없을까?” 신간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는 흔히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일컫는 일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한 새로운 시도다. 일본 도시사(史)를 연구해온 박진한 인천대 일본지역문화학과 교수 겸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장은 ‘일본 인식과 소비에 나타나는 이중성을 넘어, 상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시선을 가지기 위해’, 그리고 ‘내셔널리즘의 관성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일본을 살펴보기 위해’ 역사적인 산물인 일본의 도시공간에 주목한다. 특히 “이 책에서는 일본의 도시가 한국의 도시와 얼마나 다른 역사를 가지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고자했다”라며 “상대와 내가 얼마나 다른지를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상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첫 걸음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저자는 ‘일본인의 마음의 고향’이라 하는 아스카(飛鳥)를 시작으로 모두 13개의 도시를 통해 일본의 고대, 중·근세, 현대사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1부(고대 편)에서 아스카와 후지와라경, 헤이조경(훗날 나라), 헤이안경(훗날 교토)을, 2부(중·근세편)에서 가마쿠라, 아즈치, 오사카, 에도(현 도쿄) 등 무가(武家)도시를, 3부(근대 편)에서 메이지 유신이후 근대화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하기, 가고시마, 요코하마, 기타큐슈, 히로시마를 살핀다.
저자는 1부에서 현재 천황가의 선조에 해당하는 야마토(大和) 왕조의 도읍이었던 아스카부터 여러 차례의 천궁(遷宮)을 거쳐 794년 교토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생소한 일본 고대사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대왕대신 천황이라는 새로운 호칭을 도입하고, 율령(형법+국가통치 조직 등의 행정법)을 제정하며, 도성을 건립하는 등 천황중심의 중앙집권화와 도성제에 따른 도읍 정비과정을 보여준다.
2부에 소개되는 가마쿠라, 아즈치, 오사카, 에도 등은 권력을 잡은 가마쿠라 막부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무사정권의 본거지였다.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 바닷가에 위치한 가마쿠라는 가마쿠라 막부의 중심지였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 등 ‘가마쿠라 문사’들이 작품 활동을 한 공간이면서 독자들에게 친숙한 만화 ‘슬램 덩크’의 무대이기도 하다. 저자는 “최초의 무사정권이 들어선 ‘무가의 고향’에서 태양족의 성지이자 서핑과 보드로 대표되는 대항문화의 성지로까지 가마쿠라는 시간의 경과와 함께 여러 가지 얼굴을 갖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천하의 부엌’ 오사카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중첩되어’ 있는 에도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인물과 사건, 공간을 적절하게 융합해 흥미롭게 들려준다. 3부에 등장하는 하기, 가고시마, 요코하마, 히로시마 등은 메이지 유신과 산업혁명을 이끈 근대도시들이다.
지난 15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4년에 한국인 882만 명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3687만명이 방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신간을 통해 일본 여러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하고 역동적인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주마간산(走馬看山)하는 단순한 관광객과 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푸른역사·2만5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 ![]() |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882만명으로 전체 방일 외국인 수(3687만명)의 23.9%를 차지한다. 인력거꾼이 관광객을 태우고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 사원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
저자는 ‘천하의 부엌’ 오사카와 도요토미 히데요시, ‘서로 다른 시간의 층위가 중첩되어’ 있는 에도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 인물과 사건, 공간을 적절하게 융합해 흥미롭게 들려준다. 3부에 등장하는 하기, 가고시마, 요코하마, 히로시마 등은 메이지 유신과 산업혁명을 이끈 근대도시들이다.
지난 15일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2024년에 한국인 882만 명을 비롯해 전세계에서 3687만명이 방문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신간을 통해 일본 여러 도시가 겪은 파란만장하고 역동적인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한다면 주마간산(走馬看山)하는 단순한 관광객과 다른 여행을 할 수 있을 듯 하다.
<푸른역사·2만5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