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상상하는 우주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2025년 01월 06일(월) 18:00
평론가인 석연경 시인 시집 ‘정원의 우주’ 펴내
다양한 별자리 은하의 세계 독창적 시로 풀어
사람은 자신만의 정원을 상상 속에 그리고 산다. 바다가 보이는 정원일 수도, 초록이 무성한 숲의 정원일 수도 있다.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휴식과 힐링의 정원을 꿈꾼다. 그곳엔 꽃과 나비와 새가 날아들고 밤이면 반짝이는 별을 볼 수 있다.

시야를 확장해 우주의 정원을 상상하면 어떨까. 광대한 우주는 그 자체로 정원이다. 끝 간 데 없이 펼쳐진 광활한 우주는 경계가 없는 하나의 정원에 다름아니다.

석연경 시인(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장)이 최근 ‘정원의 우주’(현대시학)를 펴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순천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인이 상정하는 우주의 정원은 어떤 모습일까. 우주를 정원으로 상정한 시인의 상상력이 흥미롭다.

한편으로 시인은 스스로를 ‘정원’으로 치환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나는 정원이다. 바람과 햇살 꽃과 나무 나비와 새, 집과 야생화 꽃길, 호수가 있는 세계의 정원이다”며 “별자리가 있고 은하고 흐르고 초신성 별들이 반짝이는 팽창하는 우주다”라고 했다.

석연경 시인
모두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다양한 별자리와 은하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은하의 바닷가’, ‘안드로메다 은하’, ‘은하단의 정원’, ‘페가수스의 날개 아래, 별빛과 정원’, ‘페르세우스 은하 블랙홀’, ‘처녀자리의 스피카’ 등 다양한 은하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 수록돼 있다.

“포말이 은하수를 펼친다// 은하/ 너는 그저 네 깊은 밤을 반짝인다// 작은 먼지야/ 살아라/ 물방울아/ 흘러라//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풀잎아/ 가지야 잎사귀야/ 나선은하의/ 처음과 끝을 기억하렴// 하얀 몸피와 껍질의 무량한 파도 소리// 오랫동안 바다에서 부서지고/ 닦였으나/ 금모래가 빛나는 해변에/ 발자국을 남긴 적은 없으니//…”

위 시 ‘은하의 바닷가’는 가만히 눈을 감고 읽으면 머나먼 은하가 펼쳐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지구에만 고정돼 있던 시선이 경계 없는 드넓은 공간으로 확장된다. 화자가 속삭이는 “작은 먼지야 살아라”, “물방울아 흘러라”는 광활한 우주에까지 생명의 신비로움을 전파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정명교 문학평론가는 “석연경의 시적 존재는 범위가 넓다. 그는 꽃과 은하 사이에서 팽창과 수축을 반복한다”며 “그 꿈은 소우주와 대우주 사이의 대순환이다. 석연경의 시에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찬란한 우주와 정원의 어울림 속을 지탱하는 의지의 역선이다”고 평한다.

한편 석 시인은 지금까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 ‘푸른 벽을 세우다’, ‘탕탕’, 시평론집 ‘생태시학의 변주’, 시사진산문집 ‘시와 함께하는 순천정원문화’ 등을 펴냈다. 송수권시학상·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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