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이 아닌 소시민의 삶 담아내고 싶었다”
2025년 01월 05일(일) 18:20
김해숙 소설가 ‘국궁’ 모티브 장편 ‘모던 걸즈, 달을 쏘다’ 펴내
김해숙 소설가
흔히들 역사는 이름 없는 민중들이 만들어간다고 한다. 걸출한 영웅을 떠받드는 건 이름 없는 민초들이다. 수많은 무명한 자들이 오늘의 역사를 만들었고 내일의 역사를 만들어 간다.

김해숙 소설가가 최근 발간한 장편소설 ‘모던 걸즈, 달을 쏘다’(걷는사람)은 영웅이 아닌 소시민의 삶을 담았다.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세상에 이름을 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인생을 산다. 더러 그들의 이야기가 어느 위대한 인물의 생애보다 더 강한 울림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김 작가는 “내 소설에는 그 시대의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난 영웅이 아닌 소시민의 삶을 담아 좀 더 가까운 주변인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이 소설을 읽고 영웅이 아닌 사람들이어도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며, 자기만의 무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번 장편소설은 절망의 시대를 뜨겁게 건너온 청춘들의 서사다. 일제시대라는 어두운 현실에 문학적 상상력을 가미해 완성했다. 소설에는 일제강점기 한복판에 선 젊은이들, 자신만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만월과 국화, 정록이 등장한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국궁을 접했는데 관련된 어휘에 매료됐다. 국궁에 대한 책을 읽다 문득 ‘일제 강점기 여학교에서 왜 국궁 대회를 열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은 꼬리를 물었고 결국 창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소설 속 만월은 공부를 위해 경성으로 가게 되고 ‘내재봉소’의 주인 두례와 그의 딸 국화, 조카 정록과 생활하게 된다. 미화여자고등보통학교에 들어간 만월은 국궁을 배우게 되며, 경성종합체육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국화는 아버지가 있는 만주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 두례에게 배운 재봉에 매진한다.

학교는 국궁과 재봉의 중요성을 학생들에게 강조하며 유학을 약속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데….

김홍정 소설가는 “김해숙은 이 소설 속의 여성 주인공들을 통해 당위성이 아니라 갈등하는 내면적 면모에 충실하고 인물 각각이 스스로의 문제 해결 방식으로 풀어 가는 세대적 특징을 보여 준다”며 “이는 소설 읽기에서 민족주의 혹은 페미니즘 소설로 제한하는 익숙한 방식에 날 선 활쏘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고 평한다.

한편 고창 출신의 김해숙 작가는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창작집 ‘유리병이 그려진 4번 골목’, 장편 ‘금파’를 펴냈으며 제1회 고창 신재효문학상을 수상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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