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귀가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5년 01월 03일(금) 00:00
여느 때처럼 평범한 밤이었다. 광주FC가 상하이 하이강과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리그(ACLE) 스테이지 6차전 원정경기에서 아쉽게 동점골을 허용하는 장면을 보면서, 무승부 기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계엄’이라는 단어를 보고 가짜 뉴스라고 생각했다. 여유롭게 해외에서 열리고 있는 축구를 보고 있던 밤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의 밤이었기에 믿을 수 없는 뉴스였다. 계엄 선포가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일상이 멈췄다. 한가하게 축구 결과를 전할 상황이 아니었고, 그날 밤 사무실로 달려가 긴박했던 국회의 밤을 신문 호외에 담았다.

다행히 목숨을 걸고 국회 담벼락을 넘은 국회의원들과 맨몸으로 계엄군의 총과 장갑차를 막아선 이들이 있어, 우리들은 포고령 위반으로 ‘처단’ 당하지 않고 위태위태한 12월을 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완벽한 일상의 회복은 아니었다. 매일 밤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선잠을 잤다. 밤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에 잠을 설쳤고, 연말의 들썩임은 없었다.

보통의 평범한 일요일이었다. 늦은 오전 따사로운 햇살에 눈을 떴다. 일요일의 느긋함 속에 뉴스를 확인하던 순간 겨우 되찾았던 일상이 다시 멈췄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 뉴스였다. 탑승자 명단에서 각별했던 이와 그의 가족들 이름을 확인한 순간 평범했던 일요일은 잊을 수 없는 악몽의 날이 되고 말았다.

5·18의 트라우마를 떠올리면서 힘든 12월을 보낸 광주는 다시 깊은 탄식에 빠졌다. 소중한 가족, 친구, 연인, 동료와 좋은 추억을 만들고 비행기에 올랐을 이들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끔찍했던 사고에 아직 부고조차 전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작별의 시간을 갖지 못한 남은 자들이 황망함으로 기다리는 새해 소식이 부고 소식이라니….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으로 맞았을 1월인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하고 조심스럽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연이어 일상을 흔들었다. “다녀오겠습니다”라는 일상의 인사가 한없이 무겁게 느껴지는 추운 겨울이다.

/wool@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