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석학’ 전영애 교수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2024년 12월 27일(금) 00:00 가가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전영애 지음 최경은 정리
“하루 하루는 한 장의 편지/저녁마다 우리는 그것을 봉인한다/밤이 그것을 멀리 나른다/누가 받을까”(라이너 쿤체 ‘매일’ 전문)
한겨울, 나긋한 목소리로 시 한편을 읽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의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다. 바이마르 괴테 학회로부터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았고, 제3회 라이너 쿤체상, 제11회 이미륵상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괴테의 모든 글을 번역해 한국어판 ‘괴테 전집’을 발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전영애 교수가 펴낸 ‘괴테 할머니의 인생 수업’은 그가 유튜브 채널에서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은 내용을 채널 제작자인 최경은이 갈무리한 책이다.
독문학자라는 정체성과 함께, 정원사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경기도 여주시에 20년 동안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을 만들고 있는 그는 “뜻을 가지면 사람이 얼마나 클 수 있는가”, “그렇게 큰 사람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가”를 실물 예(例) 하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라는 정원의 구호처럼 자발적으로 서원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꿔가는 공동체 정원이 됐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책은 우리 시대의 어른이 들려주는 잔잔한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준다. 희로애락이 어우러진 삶 속에서 길어 올린 글들과 괴테를 비롯한 독일 문학가들의 작품과 일생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답을 전해준다.
그는 괴테를 만난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좀 더 깊어지고, 높아지고, 넓어지는 사람은 드물어도 종종 만나지만 “나이 들수록 더 새로워지는 사람”은 괴테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전율은 인간의 최상의 부분, 세상이 제 아무리 인간에게 그런 느낌을 쉽사리 안 줄지라도 감동되었을 때, 엄청난 것을 가장 깊이 느끼지.” 괴테의 ‘파우스트’의 한 대목을 통해 그는 “전율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즉 놀라며 세상과 사물을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열려 있음”은 인간이 지닌 가장 큰 덕목임을 이야기한다. 더불어 “세상에 대한, 옆사람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기울일 것”도 제안한다.
또 자서전의 전범이라 생각하는 ‘시와 진실’,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일”이라 고백한 ‘서·동 시집’ 등 괴테의 대표작을 통해 갑자기 닥친 고난에 대처하는 법, 목표하는 바를 바르게 이루는 법 등에 대해 들려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은 괴테의 저작을 인용해 “뿌리와 날개”라고 말하며, “우리는 더욱 더 같이 잘 살아야하고, 둘러볼 줄 알아야한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가야할 세상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천재란 노력하는 능력이다”라 했던 아버지의 가르침도 되새긴다.
어른으로서의 다짐도 눈길을 끈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그저 내 몸 하나 간수하는 데만 쓰지 않고 나의 바깥, 나 말고도 어쩌면 나보다 경험이 조금 적을, 어쩌면 지혜가 좀 작을 수도 있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마음에 새기고 “젊은 사람들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밖에 철학과 예술, 종교, 윤리와 같은 것들을 소박한 민중 언어로 담아낸 ‘그림 동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카프카의 편지글, 헤르만 헤세의 명작 ‘데미안’ 등 자신이 번역한 독문학 작품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한다.
괴테 할머니는 괴테마을의 작은 정원집에 괴테의 책상과 의자를 만들어두었고, 사람들이 거기에 앉아 자신의 인생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괴테마을에 언젠가 들러보고 싶어진다. <문학동네·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한겨울, 나긋한 목소리로 시 한편을 읽어주는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유튜브 채널 ‘괴테 할머니 TV’의 전영애 서울대 명예교수다. 바이마르 괴테 학회로부터 아시아 여성 최초로 ‘괴테 금메달’을 받았고, 제3회 라이너 쿤체상, 제11회 이미륵상 등을 수상한 그는 현재 괴테의 모든 글을 번역해 한국어판 ‘괴테 전집’을 발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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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할머니’ 전영애 교수. <문학동네 제공> |
독문학자라는 정체성과 함께, 정원사는 그의 또 다른 이름이다. 경기도 여주시에 20년 동안 여백서원과 괴테마을을 만들고 있는 그는 “뜻을 가지면 사람이 얼마나 클 수 있는가”, “그렇게 큰 사람은 자기를 어떻게 키웠는가”를 실물 예(例) 하나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은 ‘홀로 아름답게, 함께 더 아름답게’라는 정원의 구호처럼 자발적으로 서원을 찾아온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가꿔가는 공동체 정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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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서원 정원집 |
또 자서전의 전범이라 생각하는 ‘시와 진실’, “하나의 세계가 열리는 일”이라 고백한 ‘서·동 시집’ 등 괴테의 대표작을 통해 갑자기 닥친 고난에 대처하는 법, 목표하는 바를 바르게 이루는 법 등에 대해 들려준다.
부모가 자녀에게 주어야 할 것은 괴테의 저작을 인용해 “뿌리와 날개”라고 말하며, “우리는 더욱 더 같이 잘 살아야하고, 둘러볼 줄 알아야한다. 내 아이 뿐 아니라, 내 아이가 살아가야할 세상에도 신경을 써야한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천재란 노력하는 능력이다”라 했던 아버지의 가르침도 되새긴다.
어른으로서의 다짐도 눈길을 끈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그저 내 몸 하나 간수하는 데만 쓰지 않고 나의 바깥, 나 말고도 어쩌면 나보다 경험이 조금 적을, 어쩌면 지혜가 좀 작을 수도 있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마음에 새기고 “젊은 사람들 하는 일에 간섭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그밖에 철학과 예술, 종교, 윤리와 같은 것들을 소박한 민중 언어로 담아낸 ‘그림 동화’, “한 권의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카프카의 편지글, 헤르만 헤세의 명작 ‘데미안’ 등 자신이 번역한 독문학 작품을 통해 삶의 지혜를 전한다.
괴테 할머니는 괴테마을의 작은 정원집에 괴테의 책상과 의자를 만들어두었고, 사람들이 거기에 앉아 자신의 인생을 한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한다. 괴테마을에 언젠가 들러보고 싶어진다. <문학동네·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