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는 목마름으로 ‘생명세상’ 갈구한 김지하 재평가돼야”
2024년 12월 27일(금) 00:00
김지하를 다시 본다-염무웅 외 엮음
지난 2022년 5월 타계한 김지하를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다. “뼛속 깊이 시인이고 예술가”(염무웅)였고, “20세기 후반 척박한 한반도에서 누구도 발상하지 못한 ‘생명운동’을 주창한 ‘생명사상가”(임진택)였다. 또한 “시인, 극작가, 평론가, 미학자, 문인화가, 사상가, 그리고 무엇보다 박정희의 유신 독재에 온몸을 부딪쳐 정치투쟁을 벌이다가 투옥된 민주투사(정지창)”였다. 그리고 “생애 후반, 붓을 놓지 않은 김지하는 실로 위대한 문인화가”(유홍준)였고, “시인으로서, 사회적 실천가로서, 구도적 사상가로서, 어떤 경우에도 끊임없이 자신과 주어진 상황의 경계를 넘어 ‘그 이상’이고자 했다(김사인).”

그럼에도 김지하가 세상을 떠났을 때 문화계는 물론 대중들은 제대로 추모하지 않았다. 다만 고인의 오랜 벗과 후배들이 49재 추모 문화제와 1주기 추모 학술심포지엄을 열어 그를 기렸다. 임진택 명창(마당극 연출가)은 신간 ‘김지하를 다시 본다’를 펴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힌다.

“저항시인으로서의 김지하는 물론,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싸운 그의 반독재투쟁 행적, 그리고 무엇보다 생명사상가이자 생명운동가로서의 김지하가 누구였는지 세상에 다시 한 번 간곡히 알려서 세상사람 모두를 ‘생명의 세계관에 입각한 문명전환의 길’에 나서게 하는 것, 그것이 이 책을 출판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목적이다.”

신간은 크게 1부 ‘김지하 추모 학술 심포지엄’과 2부 ‘김지하가 남긴 글과 생각’으로 구분된다. 다시 1부는 ▲김지하의 문학·예술과 미학 ▲김지하의 그림과 글씨 ▲민주화 운동과 김지하 ▲김지하의 생명사상과 생명운동으로 나눠 김지하의 삶과 예술세계 속으로 깊이 파고든다.

염무웅 문학평론가(영남대 명예교수)는 ‘시인 김지하가 이룬 문학적 성과와 유산’에서 “평생에 걸쳐 그의 영혼을 지배한 것은 강철 같은 행동이나 메마른 과학이 아니라 근원에 대한 갈망으로서의 혼돈·방황·사랑이었던 바, 그것은 바로 시였다”고 말한다. 김봉준 화가는 “나는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요. 가운데도 아니다. 새로운 길을 찾는 사람이다”라는 김지하의 말을 인용하며, “한국마당문화운동은 한국 민주화 운동과 동행했으며 지금도 계속되는 촛불항쟁의 뒷심이며 지역문화운동의 모태”라고 평가한다.

박맹수 원광대 명예교수는 ‘김지하 생명사상의 뿌리-동학을 중심으로’를 통해 감옥 안에 뿌리를 내린 풀씨를 보고 ‘생명’에 대한 견성(見性)을 한 일화를 소개하며 “김 시인의 눈으로 본다면, 동학(東學)은 아직도 진정한 복권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평생토록 ‘생명의 눈’으로 보고자 했던 동학과 그것의 혁명적 표출이었던 갑오동학혁명은 여전히 미복권 상태이다”고 강조한다.

2부 ‘김지하가 남긴 글과 생각’은 1975년 정부의 날조된 주장에 반박하기 위해 옥중에서 쓴 ‘양심선언’과 ‘로터스상’ 수상연설문(1981년) 등 8편의 글을 수록했다. 1054페이지에 이르는 책갈피마다 ‘인간 김지하’를 제대로 바라보고 재평가하려는 고인의 오랜 벗과 후배들의 땀방울이 오롯이 배어있다. <개마서원·5만4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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