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쓰는 향수는 어떤 식물로 만들어졌을까?
2024년 12월 21일(토) 00:0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향료 A TO Z, 콜렉티프 네 지음, 김태형 옮김
핑크 페퍼, 블랙커런트 버드, 시나몬, 버지니아 시더우드, 라벤더, 만다린, 파촐리, 일랑일랑, 바닐라….
언급한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향을 품은 식물들이다. 향이 나는 천연물은 오랜 기간 “태워지고 운반되고 거래되고 배합되고” 증류의 방식으로 추출됐다.
역사 속 향료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등장한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동방박사 세 사람은 황금과 몰약과 유향 등 세 가지 선물을 준비했다. 황금은 왕권을, 향기 나는 유향은 기도의 향을, 마지막으로 몰약은 예수의 희생을 상징한다고 한다.
인류가 사용한 향이 나는 물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유향과 몰약이다. 인센스와 미르라고도 불리는 이 향료는 나무가 없었던 지역에서조차 종교적 의식에서 사용되었다.
향기로운 식물들이 향수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를 다룬 ‘향료 A TO Z’는 흥미로운 책이다. 원료의 특성, 재배, 추출 과정을 포함해 조향계 원료들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인 콜렉티프 네는 향수와 냄새에 열정을 가진 애호가들과 이를 다루는 각계 전문가들의 단체다. 책을 엮은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향수 전문 사이트 ‘오파르팡’을 공동 설립한 잔 도레다.
고대부터 향료는 신과 죽은 자를 기리고 돋보이게 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더러 질병을 치료하거나 타인을 유혹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는데, 인류는 향료를 얻기 위해 먼 거리를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집트에서 발견된 유향의 첫 사용은 기원전 2400년으로 점쳐진다. 이때부터 기원전 13세기까지 유향과 몰약의 수입은 팔레스타인 쪽으로 영향력이 확장되던 이집트 군사적 원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향이 나는 식물은 처음 용도와 다르게 권력 다툼의 중심으로 변질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향이 나는 식물은 연구의 대상이었다. 이후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열풍과 맞물려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탐험 등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자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의 바닐라와 초콜릿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정향, 아시아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머스크, 커피 등 많은 원료가 유럽으로 옮겨졌다.
생산자들은 상호 보완적 방법으로 조향사 팔레트를 풍성하게 하는 천연향료를 공급하고 있다. 과거 유통이 식민지 관계를 토대로 했다면 오늘날에는 제반 여건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가우드는 ‘신들의 나무’ 또는 ‘액체로 된 황금’이라 불린다. 조향계에서 사용되는 가장 비싸고 신비로운 원료로 꼽힌다. 아가우드는 아퀼라리아라는 나무에서 열린다. 라오스와 베트남 국경을 따라 뻗은 안남산맥의 고원 지대에서 자생한다.
“수령이 50년 이상 된 아퀼라리아는 보석과도 같은 아가우드를 품게 됨으로써 행운의 나무라는 의미의 ‘마이 바드사나’라 불리게 된다.” 나무와 가죽 같은 향기를 발하며 육감적인 애니멀릭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서양 향수 시장을 점령했다.
엠버우드는 ‘톡 쏘는 나무’라고 불린다. 엠버 우드 계열은 남성 향수 시장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풍부한 잔향이 특징이며 후각적 볼륨감 외에도 탁월한 지속력을 겸비하고 있어 조향사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시나몬은 따뜻하고 스파이시한 향의 갈색 껍질 향신료다. 최고 품질은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며 햇볕이 강하고 강우량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유기농에 적합하다.
번역을 한 김태형 조향사는 “낯설고 불친절하지만 한껏 향기를 품은 활자들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한 단락이 마무리될 때면 마치 향기를 맞이하는 순간에 다다른 것처럼 눈을 감고 일련의 행동을 취한다”고 했다.
<미술문화·3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언급한 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향을 품은 식물들이다. 향이 나는 천연물은 오랜 기간 “태워지고 운반되고 거래되고 배합되고” 증류의 방식으로 추출됐다.
인류가 사용한 향이 나는 물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유향과 몰약이다. 인센스와 미르라고도 불리는 이 향료는 나무가 없었던 지역에서조차 종교적 의식에서 사용되었다.
향기로운 식물들이 향수로 재탄생하는 이야기를 다룬 ‘향료 A TO Z’는 흥미로운 책이다. 원료의 특성, 재배, 추출 과정을 포함해 조향계 원료들에 초점을 맞췄다. 저자인 콜렉티프 네는 향수와 냄새에 열정을 가진 애호가들과 이를 다루는 각계 전문가들의 단체다. 책을 엮은이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향수 전문 사이트 ‘오파르팡’을 공동 설립한 잔 도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향이 나는 식물은 처음 용도와 다르게 권력 다툼의 중심으로 변질됐다.
중세까지만 해도 향이 나는 식물은 연구의 대상이었다. 이후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 열풍과 맞물려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탐험 등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자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의 바닐라와 초콜릿을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정향, 아시아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머스크, 커피 등 많은 원료가 유럽으로 옮겨졌다.
생산자들은 상호 보완적 방법으로 조향사 팔레트를 풍성하게 하는 천연향료를 공급하고 있다. 과거 유통이 식민지 관계를 토대로 했다면 오늘날에는 제반 여건을 고려하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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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페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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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몬 |
“수령이 50년 이상 된 아퀼라리아는 보석과도 같은 아가우드를 품게 됨으로써 행운의 나무라는 의미의 ‘마이 바드사나’라 불리게 된다.” 나무와 가죽 같은 향기를 발하며 육감적인 애니멀릭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부터 서양 향수 시장을 점령했다.
엠버우드는 ‘톡 쏘는 나무’라고 불린다. 엠버 우드 계열은 남성 향수 시장에서 적잖은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풍부한 잔향이 특징이며 후각적 볼륨감 외에도 탁월한 지속력을 겸비하고 있어 조향사들에게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시나몬은 따뜻하고 스파이시한 향의 갈색 껍질 향신료다. 최고 품질은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며 햇볕이 강하고 강우량이 많은 곳에서 잘 자란다. 특별한 관리가 없어도 잘 자라기 때문에 유기농에 적합하다.
번역을 한 김태형 조향사는 “낯설고 불친절하지만 한껏 향기를 품은 활자들을 통해 우리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한 단락이 마무리될 때면 마치 향기를 맞이하는 순간에 다다른 것처럼 눈을 감고 일련의 행동을 취한다”고 했다.
<미술문화·3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