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트라우마와 역사적 단죄의 필요성 - 임명재 약사
2024년 12월 17일(화) 22:00
추경호, 나경원, 권성동 등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 트라우마를 거론했다. 박근혜가 탄핵을 당한 후 여당으로서 힘들었던 시절을 언급한 것이었다. 권력을 누리지 못한 것을 트라우마라고 하면서 윤석열의 내란을 부인하고 탄핵 표결을 거부했던 것이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나는 80년 5·18계엄과 학살을 경험했다. 나는 중학생이었다. 엄청난 혼란이 잠시 멈춘 그 날 트럭 위에 총을 든 형들이 도청으로 모이라고 외쳤고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다. 버스도 멈춰 있어서 나는 무리에 휩쓸려 도청까지 걸어 갔다. 도청 앞 무진관에는 울음소리와 비명소리가 난무 했다. 나무로 된 관들이 놓여 있었고 관 뚜껑은 열려 있었다. 어머니들과 가족들이 희생자들의 시신을 보면서 자식인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어느 시신 앞에서는 두 분의 어머니들이 자신의 아들인 것 같다고 확인하고 있었다. 얼굴이 심하게 훼손되어 직접 확인이 어려웠다. 마침내 몸에 있는 특징을 통해 한 분의 어머니는 대성통곡을 했고 다른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희생자가 자기 자식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왜 저렇게 실망한 표정을 짓는 것일까? 이해되지 않았다. 그 후 나는 한참동안 그 때 그 상황들에 대해 나는 무섭지도, 화나지도, 슬프지도 않은 아주 덤덤한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그 후 대학생이 되었을 때 학생운동을 접하면서 그 때 그 기억이 소환되었다. 만약 내가 좀 더 일찍 태어나 계엄을 맞이 했다면? 가만히 있었을까? 내가 무진관의 관속에 누워 있는 모습과 어머니가 나를 내려다보며 우는 환상이 머리 속에 그려졌다. 후회될까? 자랑스러울까? 희생당하지 않는 나는 비굴할까? 그 복잡한 심정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나이를 먹고 세월호에서 우리의 아이들이 희생되는 순간을 보면서 나는 그 기억이 그대로 소환되었다. 정말 내 아이가 그 배안에 있는 것 같은 공포가 밀려왔고 수 개월간 밥맛이 안나고 잠을 못 이룬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 그 때 무진관에서 실망하던 그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이해되고 가슴이 아파서 한참을 울었다. 시신이라도 내 눈앞에 놓여 있어야지, 그래서 편안하게 안장하고 무덤이라도 만들어서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것이 최악의 순간에 최소의 위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의 시신을 찾지 못해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세월호 참사를 통해 이해하게 되었던 것이다.

12월 3일 윤석열의 그 오만함으로 대한민국이 망할 뻔했다. TV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는 그 잔인한 얼굴을 보며 나는 또 그 때 그 기억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나의 안위 보다는 아들 가족의 안녕이 걱정되었다.

국민들은 계엄에 대한 공포와 부당함을 깨닫고 있는데 왜 권력을 갖는 자들은 교훈을 얻지 못하고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려는 것일까? 그것은 제대로 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두환은 권력을 잡고 호의호식 하며 살았고 성공한 구테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검찰의 지원 속에 자식들까지 잘 살았다. 비록 한참 후에 내란죄로 감옥에 갔어도 요양하듯 있다가 금방 풀려났다. 광주시민을 학살한 내란 수괴가 이 정도의 처벌을 받았으니 나머지 그 공범들과 동조자들은 어쨌겠는가? 솜방망이커녕 금도끼 은도끼를 챙겨서 마음대로 권력을 누리고 축재를 하면서 잘 살고 있다. 전두환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던 이들은 서울에 빌딩들을 한 채씩은 가지고 있다는 탐사보도를 본 적이 있다.

쿠테타를 일으켜서 한참 동안 권력을 누리고 부정축재를 하다가 나중에 좀 처벌을 받아도 괜찮다. 자식들에게 재산 물려주고 나는 감옥에 좀 들어가 있다 보면 또 사면받을 것이고 결국 크게 손해 보지 않는 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윤석열과 그 일당이 모의를 하고 실행한 것이다. 군과 경찰은 물론 공무원들도 가담했을 때 받는 보상이 더 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탄핵이 가결되었다고 국민들이 외침을 그쳐서는 안 된다. 윤석열은 물론이고 단순히 실행한 자들까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 수가 몇 백명 몇 천명이 되더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각 분야별로 철저히 밝혀서 단죄해야 한다. 법정 최고형으로 처단해야 하고, 법을 바꿔서 내란죄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사면권이 적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내란에 가담하게 되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이 대대로 부끄럽고 힘들게 살게 된다는 교훈을 이번에 반드시 심어주어야 한다. 교과서에 명확하게 실어서 대대로 교육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 땅에서 두 번 다시 내란을 꿈꾸는 자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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