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십 간지의 마흔 두번째인 ‘을사년(乙巳年)’이 목전에 다가왔다. 지혜를 상징하는 뱀과 번영의 푸른색이 모인 ‘청사의 해’를 맞이하며 저마다 새해 희망에 부풀어 있는 요즘이다. 연말연시에는 고즈넉한 전통예술의 운치를 즐기며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보는 것이 어떨까.

광주예술의전당(전당장 윤영문)이 2024 광주상설 연말 특별공연 ‘명인 협연의 밤’을 오는 20일 오후 7시 광주공연마루(서구 상무시민로3)에서 연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영길, 이정식, 황승옥 명인과 (사)창작국악단 도드리가 국악 협연을 통해 새해 희망을 전하는 자리다.

먼저 가야금병창 ‘흥보가’ 중 ‘제비노정기’로 흥을 돋운다. 흥보의 정성스러운 치료를 받던 제비가 본국에 돌아가 그간 있던 사정을 제비국 왕에게 아뢰고, 보은의 박씨를 물어오는 사설을 노래로 엮었다.

연주는 전남대 국악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사)한국전통문화연구회 이사장, 황승옥 예술단 단장으로 있는 황승옥 명인이 맡는다. 전남 완도 출신인 황 명인은 가야금병창전집 ‘판소리, 단가, 민요’를 출간했으며 경주신라문화제 전국국악제전에서 대통령상(2001)을 수상한 바 있다.

‘새납과 버꾸춤의 향연’은 타악 반주에 버꾸춤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버슴새(예인이 보이는 특유의 동작이나 표정)가 도드라지는 작품이다. 전남지역 해안에서 연행되던 풍물놀이를 서한우 명인이 무대화했으며 김동혁의 춤사위에 실린다.

김영길 명인이 들려주는 박종선류 아쟁 협주곡 ‘금당’도 울려 퍼진다. 먼바다에서 밀려 오는 잔잔한 파도의 모습을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형상화한 곡으로 장엄한 우조·계면조가 중심을 이룬다.

국립창극단 기악부, 국립국악관현악단 수석 단원을 역임한 김 명인은 제8회 KBS 국악대경연 종합대상, 2013년 프랑스 아카데미 샤를크로 월드 뮤직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39호 박종선류 아쟁산조 이수자이며 서울대, 단국대, 동국대 등에 출강.

이어 색소폰 협주곡 ‘고구려의 혼’은 웅장한 타악기를 활용해 고구려의 진취적 기상을 표현한다. 전남 무가나 호남우도농악에 사용되는 동살풀이장단에 맞춰 연주하며, 이번에는 색소폰 협연으로 편성해 동서양 비르투오소가 하나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색소폰은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종교음악작곡과를 졸업하고 수원대(실용음악과) 주임교수로 있는 이정식이 맡을 예정이다. CBS 재즈오케스트라를 창단한 이 씨는 그룹 ‘ Asaan spirits’, ‘아시아 올스타’ 멤버, ‘신관웅 콰르텟’, ‘김강섭 악단’ 단원 등으로 있다.

중독성 있는 장단 위에 광주의 역사를 그린 창작국악가요 ‘아리랑 광주’도 레퍼토리에 있다. 우리나라 사계를 모티브로 굿거리장단과 서양음악을 섞은 국악가요 ‘아름다운 나라’도 전통의 신명을 더한다.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장새납협주곡 ‘열풍’이다. 태평소를 개량해 만든 북한악기 장새납은 음량이 크고 풍부해 독주악기로도 자주 쓰인다.구경훈 협연에 광주에서 28년째 활동하고 있는 (사)창작국악단 도드리가 함께하며 연출·지휘는 김재섭.

광주상설공연 이영희 담당자는 “연말 특별 공연으로 지역 출신의 아쟁연주가 김영길, 광주시 무형문화재 황승옥, 전남 함평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세 명 예술가가 호흡을 맞춘다”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송구영신’의 의미를 환기하고 음악을 통한 희망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료 공연(4세 이상).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