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45편의 수필
2024년 12월 13일(금) 00:00 가가
그 섬의 예술가들 김향남 지음
광주일보 지면의 인기 코너 중 하나는 ‘수필의 향기’다. 박용수·김향남 두 수필가가 매주 월요일 격주로 참여해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전해주는 글을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모습도 한번 쯤 돌아보게 된다.
김향남 수필가가 지금까지 써 온 글들을 모아 수필집 ‘그 섬의 예술가들’을 펴냈다. ‘나비에게 묻고 싶은 것’ 등 4부로 구성된 책에는 모두 45편의 글이 실렸다.
“글쓰기란 흩어진 조각들을 꿰어내고 나름의 질서를 세워보는 것, 그렇게 하고 난 뒤 느끼는 의외의 개운함 혹은 뿌듯함”이라 여기는 작가는 어머니가 자투리천을 이어 선과 면과 색채의 조합이 마치 ‘작품’ 같은 조각보를 만들었듯, 주제나 소재가 제각각인 자신의 글도 누군가에 다양한 방식으로 읽히길 바란다.
표제작으로 삼은 ‘그 섬의 예술가들’은 낙월도(落月島)에 살고 있는 예술가, ‘엽낭게’가 주인공이다. 모래사장에 구멍을 파고 무리 지어 살아가며 썰물 때가 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십만의 군대처럼 먹이 활동를 하는 영납게는 “해변의 청소부이자 독특한 예술가”였다. “그들이 빚어 놓은 무수한 알갱이들은 환경정화의 흔적이며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품이 되었”고 작가는 그들의 움직임에서 “제 몸을 살리고, 제 삶의 터를 살리며, 제 삶의 무늬로써 뭇 생명을 살려내고 있는 존재”를 본다.
일상에서 길어올린 이야기도 눈길을 끈다. 동네 과일가게 아저씨(‘빨간모자’),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오는 호떡차에 얽힌 이야기(‘호떡이 있는 풍경’), 담양 금성산의 작은 산사를 찾아 느끼는 여유(봄볕처럼) 등이 모두 글의 소재가 됐다. 또 방학숙제가 밀려 일기를 한꺼번에 써내려간 아이에게 받은 ‘효도 각서’를 통해 하늘로 가신 부모님을 떠올리는 등 가까이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좋아하는 영화와 책 등도 글의 소재가 됐다. 가장 행복했던 기억을 묻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 옛 여성들의 삶을 노래한 ‘화전가’ 중 ‘덴동어미 화전가’, 레오 리오니의 동화 ‘프레드릭’ 등이 연결고리가 돼 글이 완성됐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글은 ‘한 은퇴자의 글쓰기와 기록의 쓸모’다. “한 존재의 일상과 그 세계를 정치하게 다루는 것이 수필이기에 존재의 고유함을 담는 수필집은 필부필부의 삶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일깨워 준다”며 글쓰기와 기록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지난 2000년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수필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 작가는 ‘李 鈺 문학 연구’, ‘수필의 이야기 방식’ 등을 펴냈다. 현재 무등수필, 북촌시사, 수필미화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소소담담·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김향남 수필가가 지금까지 써 온 글들을 모아 수필집 ‘그 섬의 예술가들’을 펴냈다. ‘나비에게 묻고 싶은 것’ 등 4부로 구성된 책에는 모두 45편의 글이 실렸다.
표제작으로 삼은 ‘그 섬의 예술가들’은 낙월도(落月島)에 살고 있는 예술가, ‘엽낭게’가 주인공이다. 모래사장에 구멍을 파고 무리 지어 살아가며 썰물 때가 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수십만의 군대처럼 먹이 활동를 하는 영납게는 “해변의 청소부이자 독특한 예술가”였다. “그들이 빚어 놓은 무수한 알갱이들은 환경정화의 흔적이며 그 자체로 거대한 예술품이 되었”고 작가는 그들의 움직임에서 “제 몸을 살리고, 제 삶의 터를 살리며, 제 삶의 무늬로써 뭇 생명을 살려내고 있는 존재”를 본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글은 ‘한 은퇴자의 글쓰기와 기록의 쓸모’다. “한 존재의 일상과 그 세계를 정치하게 다루는 것이 수필이기에 존재의 고유함을 담는 수필집은 필부필부의 삶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일깨워 준다”며 글쓰기와 기록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지난 2000년 ‘에세이스트’에서 신인수필가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 작가는 ‘李 鈺 문학 연구’, ‘수필의 이야기 방식’ 등을 펴냈다. 현재 무등수필, 북촌시사, 수필미화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소소담담·1만5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