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 스웨덴 국왕에 노벨문학상 메달·증서 받아
2024년 12월 11일(수) 01:30
선정기관 대표 시상 연설 “부드러운 목소리로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 말해”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0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연합뉴스

노벨상 시상식이 10일 오후 4시(현지 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랜드마크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스웨덴과 8시간 시차로 인해 한국 시간으로 10일 밤 약 12시부터 진행됐다.

노벨상 시상식이 랜드마크 콘서트홀에서 열리기 시작한 1926년 이래 한국인이 ‘블루카펫’을 밟은 것은 약 한 세기 만에 처음이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리는 까닭에 지난 2000년 수상자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슬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은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입장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모차르트의 행진곡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한강 작가는 검정색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수상자들과 함께 입장했다.

이어 노벨 재단 어 노벨 재단 아스트리드 비딩 이사장의 부문별 연설이 진행됐다.

아스트리드 비딩 이사장은 올해의 노벨문학상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인간의 연약함을 깊게 탐구한 작가에게 수여됐다”고 밝혔다.

한강 작가는 이날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에 이어 네 번째로 호명됐다. 각 부문별 수상자 선정 기관의 대표가 짧은 연설 후 수상자 이름을 호명했으며 스웨덴 국왕이 수상자에게 메달과 노벨상 증서를 수여했다.

노벨문학상 시상 연설은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한명인 소설가 엘렌 맛손이 맡았다. 문학상 선정에도 참여한 엘렌 맛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간략하게 설명했다.

엘렌 맛손은 “흰색은 그녀의 많은 작품 속에 등장하는 눈(雪)으로 화자와 세상 사이 보호막을 긋는 역할을 하지만, 슬픔과 죽음의 색이기도 하다”면서 “빨간색은 삶, 그리고 한편으로는 고통과 피를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녀의 (작품 속) 목소리가 유혹적으로 부드러울 수는 있으나, 형언할 수 없는 잔혹성과 돌이킬 수 없는 상실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며 “흰색과 붉은색은 한강이 작품 속에서 되짚는 역사적 경험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붉은색과 흰색은 작가가 소설을 통해서 반복적으로 다루는 엿사적 경험을 상징한다”며 “인물들은 때때로 본인이 보고 목겨하는 것으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며 매번 마음의 평화가 무너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강의 작품 속에서 상처 입고 취약하고 어떤 면에서는 약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힘을 가졌다. 약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힘을 가졌다”며 “빛이 희미해지며 죽은 자들의 그림자는 벽 위를 계속 맴돈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으며 그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엘렌 맛손은 “‘Dear 한강’ 한림원을 대표해 2024년도 노벨상 수상에 진심으로 따뜻한 축하를 전할 수 있어 영광이다. 국왕으로부터 상을 받기 위해 나와 주시기를 바란다”며 시상대 앞으로 나와줄 것을 요청했다.

당초 엘렌 맛손은 마지막 두 문장을 한국어로 호명할 예정이었으나, 최종 준비 단계에서 영어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약 1시간에 걸쳐 진행된 시상식이 끝나고 한강은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만찬이 열리는 스톡홀름 시청으로 이동했다.

한편 스톡홀름 시내 곳곳에는 노벨 주간과 맞물려 한강을 비롯한 부문별 수상자의 업적을 기리는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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