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11월 27일(수) 22:30
전일방송 대학가요제를 다룬 ‘모모는 철부지’는 출간된 후 한 차례 ‘새 옷’을 입었다. 광주문화재단과 동네 서점들이 진행한 ‘광주면면’을 통해서다. 광주에 대한 책이나, 광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펴낸 책에 지역 작가들의 그림을 담은 ‘특별한 북 커버’를 제작한 프로젝트였다 ‘모모는 철부지’는 전일가요제의 산실인 전일빌딩이 등장하는 박성완 작가의 ‘금남로’가 표지였다.

또 ‘골키퍼의 황혼’과 ‘엄마의 영어일기’에는 신양호 작가의 작품이, ‘연어가 돌아오는 시간’에는 노여운의 ‘영산강’이 실렸다. 갤러리나 팸플릿으로 만나던 작가들의 그림을 책을 통해 보는 느낌은 색달랐다.

‘모모는 철부지’를 펴냈던 동네책방 ‘책과 생활’은 최근 북커버를 제작했다. 흰색과 회색 바탕에 꽃잎이 어우러진 첫 북커버는 한강의 ‘소년이 온다’ 중 마지막 장 ‘꽃 핀 쪽으로’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두번째는 책방지기의 작품인 기아타이거즈 우승 기념 ‘북커버’다. 호랑이가 던진 야구공을 포수 미트 대신 책으로 받아내는 장면이나, 편안한 자세로 누워 귤을 까먹으며 책을 읽는 호랑이의 모습이 익살스럽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소설이 세계 여러나라에서 출판되면서 책 표지로 한국 작가의 작품이 등장하고 있다.

광주 출신 이정록 작가의 사진 ‘사적성소’(Private sacred place·p#3-1)는 아델피 출판사가 펴내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이탈리어판 표지로 쓰였다. 나주호의 섬과 작가가 기르던 왕관 앵무새가 등장하는 작품은 수묵화 같은 아스라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동양의 산수화와 서양화의 극사실 기법을 결합해 붉은색으로 산수를 그린 ‘붉은 산수’ 연작의 이세현 작가 작품도 아우프바우출판사에서 출간 예정인 ‘작별하지 않는다’ 독일어판 표지로 쓰인다.

최근 새로운 책을 접할 때면 예술작품 못지 않은 표지들에 감탄하곤 한다. 책 내용과 딱 맞는 그림을 고르는 안목에 놀라고, 세련된 디자인 감각에 탄성이 나온다. 광주의 대표 행사인 디자인비엔날레에서 북아트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해도 흥미로울 것 같다. 마침 광주가 ‘책 읽는 도시’를 표방하고 나섰으니 더 없이 어울린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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