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카메라로 담은 ‘발로 쓴 역사’
2024년 11월 22일(금) 16:0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찰나의 승부사 -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
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광주는 참혹한 비극의 시간이었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19일 월요일 오전, 어느 젊은이가 공수부대원이 마구 휘두르는 곤봉에 맞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촬영한 기자가 있었다. 나경택 광주일보(옛 전남매일신문) 기자였다. 그러나 당시는 계엄당국의 검열을 통과하지 않고는 사진은 물론 기사 한 줄 보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문순태 부국장과 윤길전 사진부장과 은밀히 상의해 계엄군이 시위대를 폭력으로 강제해산하는 현장과 공수부대원의 만행 사진 등을 서울 UPI통신 정태원 기자와 AP통신 김천길 기자에게 보내 해외에 전송하여 광주의 진실을 알렸다.”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들의 포토저널리스트 클럽인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가 펴낸 ‘카메라에 담은 한국 현대사의 기록 1-찰나의 승부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협회 뿌리는 60년대 신문사와 통신사 위주 한국사진기자단이며, 한국사진기자회를 거쳐 현재의 (사)한국사진기자협회가 됐다.
나 기자는 오랫동안 고향 광주와 전남 지역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사건 사고만이 아닌 일상의 소소한 풍경도 세심하게 포착했다. 그는 “오늘의 뉴스는 내일 잊힐 수 있지만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사진을 찍어왔다고 한다.
‘카메라에 담은 한국 현대사의 기록 1-찰나의 승부사’는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격동의 시대를 담은 사진기자 19명의 사진과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카메라로 기록한 ‘발로 쓴 역사’다.
한국 현대사 격동의 현장에는 언제나 사진기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때로는 냉정한 시선으로 때로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의 단면을 기록했다.
사실 사진이 당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은 고전적인 정의가 된 지 오래다. 인간의 삶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때문인데 때론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명료하게 진실을 전달한다.
이번 책에는 앞서 언급한 ‘카메라로 불의에 저항했던’ 나경택 기자를 비롯해 ‘순수한 사진 신사’ 이의택, ‘변칙 없는 원칙주의자’ 송호창, ‘한국 민주화에 쏘아 올린 공’ 정태원 등이 소개돼 있다.
또한 ‘특종을 낚는 미스터 스쿠터’ 윤석봉, ‘특종 전문, 영원한 현장기자’ 권주훈, , ‘테마가 있는 사진가’ 전민조, ‘평생 공부하는 사진가’ 이봉섭 등도 만날 수 있다.
이창성은 ‘타고난 현장 승부사’로 불린다. 1975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 육군 헨더슨 소령을 폭행한 사건을 촬영했다. 그날은 군사정전위원회 제364차 본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유엔군 소속 엔더슨 소령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북한 기자가 “자리를 비키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는 먼저 주먹을 날렸고 헨더슨도 반격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창성은 순간적으로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외신을 타고 세계 톱뉴스로 나갔으며 이듬 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유재력 사진가는 어릴 때부터 사진을 좋아해 외국 사진책을 섭렵했다. 한양대 공대생이었지만 학보사 사진기자를 했다. 동화통신사에 입사해 사진기자로 활약했다.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과의 인연으로 패션 사진을 개척했으며 이후 광고사진도 촬영했다. 잡지를 거쳐 동아일보사로 스카우트돼 다큐멘터리 사진도 공부하고 찍었다. 그러다 그는 광고사진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부도를 맞기도 했다. 역동적인 삶을 거치며 “사진은 카메라라는 기계의 조작술을 익혀서 활용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 추구해야 할 메시지를 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책에는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서재철 기자의 이야기, 잡지 황금기의 증인이자 출판 사진의 선구자인 김문권의 발자취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이한열 열사의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현장,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당시 필사의 탈출 장면,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경기의 감동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담고 있다.
<페이퍼앤북·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언론사 사진기자 출신들의 포토저널리스트 클럽인 (사)한국보도사진가협회가 펴낸 ‘카메라에 담은 한국 현대사의 기록 1-찰나의 승부사’에 나오는 내용이다. 협회 뿌리는 60년대 신문사와 통신사 위주 한국사진기자단이며, 한국사진기자회를 거쳐 현재의 (사)한국사진기자협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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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일보 나경택 기자에 의해 외국에 처음 보도된 사진. |
사실 사진이 당대 시대상을 반영한다는 말은 고전적인 정의가 된 지 오래다. 인간의 삶과 감정을 오롯이 표현하기 때문인데 때론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명료하게 진실을 전달한다.
이번 책에는 앞서 언급한 ‘카메라로 불의에 저항했던’ 나경택 기자를 비롯해 ‘순수한 사진 신사’ 이의택, ‘변칙 없는 원칙주의자’ 송호창, ‘한국 민주화에 쏘아 올린 공’ 정태원 등이 소개돼 있다.
또한 ‘특종을 낚는 미스터 스쿠터’ 윤석봉, ‘특종 전문, 영원한 현장기자’ 권주훈, , ‘테마가 있는 사진가’ 전민조, ‘평생 공부하는 사진가’ 이봉섭 등도 만날 수 있다.
이창성은 ‘타고난 현장 승부사’로 불린다. 1975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한군이 미 육군 헨더슨 소령을 폭행한 사건을 촬영했다. 그날은 군사정전위원회 제364차 본회의가 열린 날이었다. 유엔군 소속 엔더슨 소령이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북한 기자가 “자리를 비키라”며 시비를 걸었다. 그리고는 먼저 주먹을 날렸고 헨더슨도 반격하면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창성은 순간적으로 목에 걸고 있던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눌렀다. 사진은 외신을 타고 세계 톱뉴스로 나갔으며 이듬 해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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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철이 촬영한 멸종 위기였던 한라산 노루(1961년 6월) |
책에는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온 서재철 기자의 이야기, 잡지 황금기의 증인이자 출판 사진의 선구자인 김문권의 발자취도 만날 수 있다.
이밖에 이한열 열사의 마지막 장면을 비롯해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현장, 대연각호텔 화재 사건 당시 필사의 탈출 장면, 88서울올림픽을 비롯한 경기의 감동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을 담고 있다.
<페이퍼앤북·2만8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