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팔수록 손해?…국민 절반 “전기요금 비싸다”
2024년 11월 19일(화) 19:30
‘전기요금 소비자 인식지수’ 공개…“주택용 요금 내려야한다” 44.3%
한전 역마진 해소·5개월 연속 영업익에도 인상 움직임 ‘부정적’ 인식

/클립아트코리아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놓고 한국전력공사(한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5분기 연속 영업 이익을 올렸음에도 30조가 넘는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절실하지만 소비자들의 부정적 기류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별다른 혁신·자구책 없이 이른바 ‘땅짚고 헤엄치는’ 전기요금 인상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을 어떻게 누그러뜨릴 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인천 동구 미추홀구갑)의원이 한전에서 제출받은 ‘전기요금 소비자 인식지수 측정 연구’ 자료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에 대해 44.3%의 응답자는 ‘전기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답변했다. ‘많이 내려야한다’는 12.9%, ‘조금 내려야 한다’는 31.4%로 집계됐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지난 2~3월 주택용 전기소비자 1034명, 일반용 전기소비자 1051명, 산업용 제조업 계약고객 162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로,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13.7%에 불과했다. 현행 유지를 택한 응답자도 42.0%였다.

전기요금이 다른 공공요금 대비 ‘비싸다’고 인식한 소비자도 많았다. 전기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한 응답자는 48.7%에 달했지만, 수도요금(23.1%)은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대중요금 역시 26.8%로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용도별로도 농사용을 제외한 일반용, 산업용, 교육용 등 모든 부분에서 전기요금 인하 응답이 인상 응답보다 비중이 높았다.

지난 3년간 에너지 원자재 값 폭등 당시 물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한 점을 들어 요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한전입장에서는 국민 여론이 불편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정부가 한전의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강력한 의지에도, 섣불리 요금 인상에 나설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전과 정부는 가정용 등 전기요금 인상에 시동을 걸고 있다.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도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데다, 한전의 막대한 누적적자와 이에 따른 이자 감당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한전은 지난 3년간 에너지 원자재 값 폭등 당시 물가를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요금 인상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누적적자 37조 6906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까지도 한전의 누적적자는 40조원 규모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 구조를 해소하고, 영업이익으로 전환한 뒤 올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늘려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을 9.7% 인상하고, 5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면서도 자사 재무 개선을 위해 잇따라 전기요금 인상에 나서는 것에 대한 부정적 분위기도 보인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자료를 통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 전기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큰 것으로 조사된 만큼, 향후 전기 요금 인상 과정에서 저항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에너지 원자재 가격 변동을 전기요금에 모두 반영하는 것보다는 일정 부분 나눠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