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는 좋은 그릇에 담긴다는 원칙으로, 쌓아둔 초고·시편들 차분히 다듬어 볼 것
2024년 11월 18일(월) 20:50
해외작가상 공동 수상 윤희경 시인
“‘축하한다’라는 말은 언제 어디서나 봄빛,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인사를 받는 순간 이마에 땀이 맺혔다. 황조롱이가 오랜만에 꿈속으로 날아들었다. 매 발톱의 힘이 조금 남아 있었나 보다.”

동주해외작가상을 공동 수상한 윤희경 시인은 윤동주 문학 세계를 고심하며 연모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윤 시인은 지난 1996년 이민생활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둘을 데리고 왔는데 호주 정착민 생활은 예상했던 대로 정신없이 분주한 나날들이었다. 그는 “주말이면 한국음식과 생필품을 사러 20분 정도 걸리는 교민마켓이 있는 곳까지 운전을 해 다녀오곤 했다”며 “교민작가들의 수필이나 짧은 시 한 편이라도 발견하면 그 읽는 기쁨은 배가 됐다”고 했다.

윤 시인은 2020년대 들어서 코로나 사태로 인한 단절이 오히려 한국과 소통하는 시대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그는 “돌아보니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시를 만날 때가 있다. 슬그머니 줍고 싶을 때가 있다”며 “그러나 무모하게 좋은 시를 쓰려면 무조건 레슬링과 같은 몸 쓰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시는 좋은 그릇에 담긴다는 원칙과 중심을 그때는 몰랐다”고 덧붙였다.

윤 시인은 자신은 시도 사람도 함부로 ‘베어내지’ 못하는 성격인 것 같다고 했다. 버리려다 버리지 못하고 쌓아둔 남은 초고를 가끔 들춰볼 때가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다음과 같은 답이 돌아왔다.

“시드니 연말은 뜨겁다. 한국의 7, 8월과도 같아 대부분 사람들이 휴가를 즐기고, 1월 한 달은 관광객을 포함해 온통 축제와 행사가 이어진다. 올해는 한국의 동지섣달을 생각하면서 웅크리고 앉아 시편들을 차분히 다듬어볼까 한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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