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해남·완도 등 인프라 갖춰 야구산업 발전시켜야”
2024년 11월 11일(월) 08:00
전남 시·군 지자체 스포츠관광 메카로
“야구 1000만 관중 시대…단순한 스포츠 넘어 문화 됐다
음식 좋은 곳 시설 갖추면 전지훈련에 가족과 팬 몰려와”
<하> KBO 총재 인터뷰
2024시즌 프로야구는 출범 43년 만에 ‘1000만 관중’ 시대를 열었다.

올 시즌 KBO 720경기에 총 1088만 7705명이 야구장을 찾으면서, 평균 관중 수는 1만5122명을 기록했다. 2024시즌 ‘챔피언’인 KIA 타이거즈도 125만 9249명을 동원하면서 2017시즌 이후 두 번째 ‘100만 관중’이자 구단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새로 썼다.

포스트시즌 관중석도 연일 가득 차면서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포스트 시즌 21경기 연속 매진 기록도 만들어졌다.

관중석 밖도 뜨거웠다. KIA 응원 중 하나인 ‘삐끼삐끼’춤은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고, 야구 굿즈 판매량도 놀라울 정도였다.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된 야구. 허구연 KBO 총재는 야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전남의 좋은 환경을 활용해 선수들이 국내에서도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성하면 선수 육성과 지역 경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허구연 총재는 그 첫걸음으로 해남과 완도를 주목하고 있다.

해남에는 공식경기가 가능한 야구장과 축구장, 야구와 축구를 할 수 있는 복합코트 각 1개씩 총 3개의 경기장이 조성되고 있다. 해남 스포츠파크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완도에도 실내 야구장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경상권과 연결된 ‘남해안 벨트’로 전남을 야구 전지훈련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 허구연 총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 시즌 뜨거웠던 야구 열기를 현장에서 본 느낌은

▲사실 나도 놀랐다. 총재가 되면서 어렵지만 천만을 도전해보겠다 생각을 했다. 각 구단이 100만 명씩을 동원해야 하는데 현재 대전 구장이 90만 정도니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중계권 계약 때 ‘숏폼’을 푼 게 컸다고 생각한다. ‘숏폼’을 통해 MZ세대와 여성 팬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MZ위원회를 통해 대학생 마케터들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런 것들도 주효했다. 그리고 리그 전력 자체가 가장 이상적인 것은 1위 팀의 승률이 6할 미만, 최하위 팀 승률이 4할 이상이다. 건전한 리그가 되기 위해 이런 흐름이 이어져야 한다. KIA가 나중에 6할은 넘었지만 이런 흐름도 흥행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이런 흐름을 이어 가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프로 스포츠는 승부에만 집착해서는 안 되는 산업이다. 순위는 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야구장에 오는 게 문화가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장의 환경이 중요하다. 내년이면 대전 구장도 개장하고, 환경적인 부분이 갖춰진다. 이제 산업으로 더 접근해야 한다. 또 젊은 스타를 많이 배출해야 한다. 올해 김도영이라는 선수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올 시즌 흥행을 견인한 것도 있다. KBO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대표팀을 젊은 선수 위주로 가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 야구의 미래가 있다.

-야구가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중요할 것 같은데

▲기존 야구단의 운영 기조는 그룹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부분이었다. 가장 좋은 게 우승하는 것으로 지금도 우승이 최우선 가치지만 그것과 더불어 비즈니스가 접목돼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들이 바뀌고 있다. 마케팅도 그렇고 응원, 이벤트도 그렇고 변화가 있다. 총재가 되면서 종전의 틀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고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전남의 야구 열기는 뜨겁지만 ‘야구 산업’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오로지 KIA밖에 없다. 해남·완도를 중심으로 보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취임해서도 그렇고 해설할 때도 계속 남해안 벨트를 이야기했다. 산업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전남은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집중적으로 해남과 완도를 몇 차례 방문했는데 기후도 좋고, 먹을 것도 좋고, 주변 관광지도 많다. 운동장과 시설만 잘해놓으면 초중고대학생들이 얼마든지 와서 훈련을 할 수 있다.

-‘남해안 벨트’가 필요한 이유는

▲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캠프지가 인접해서 게임을 많이 하게 해야 한다. 그래서 경상권과 전라권의 남해안 벨트가 필요하다. 전남 쪽은 그동안 소극적이었다. 진주, 고성 등은 지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고흥, 강진에도 야구장 시설은 있는데 2군 프로가 훈련하거나, 교육리그를 할 수 없다. 전남에서 KIA만 보고, KIA 우승만 바라볼 게 아니라 산업으로 가야 한다. 축구나 다른 종목은 전지훈련을 많이 온다.

-말씀하신 대로 기존 시설은 있지만, 다양하게 이용하거나 활용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게 지역의 현실인데

▲전남뿐만 아니라 시·군에 야구장들은 있다. 동호인 중심의 지역표를 얻기 위한 시설들도 있다. 초등학교는 몰라도 중고대학, 성인팀은 와서 훈련하기 힘들다. 처음 지을 때 기본적인 것을 잘 해야 하는데 가동률도 낮고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잘 갖춰 놓고 아마추어 선수단이 오게 해야 한다. 2군 선수단까지 올 수 있는 시설이면 가장 좋다. 해남, 완도에 이야기하는 것도 야구장 두 면 이상, 웨이트 트레이닝장, 실내 연습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스호스텔 같은 숙소까지 있다면 아마추어 전지훈련지로 적합한 장소가 된다.

-기대하는 효과는 무엇인가

▲시설을 잘 갖춰놓으면 전라권이 전지훈련지로 호평을 받을 수 있다. 관광할 것도 많고, 먹을거리도 정말 좋다. 그런 부분에서 접근하면 좋겠다. 또 요즘 야구는 훈련만 하는 게 아니고 팬들도 함께 움직인다. 2군 훈련만 해도 가족들도 와서 보고 팬들도 찾는다. 이번에 울산에서 교육리그를 했다. 쿠바, 멕시코, 일본, 중국인들이 왔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다. 이런 것을 전라권에서도 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클러스터가 돼야 한다. 리그를 하면서 이벤트를 추가할 수 있고, 야구 클리닉을 하면서 부가적인 것들을 더 할 수 있다.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부분을 살릴 수 있다. 클러스터를 구성해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만큼 해남의 사례가 중요할 것 같다. 산업으로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은데

▲스포츠 마케팅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많다. 10여 년 전에 충북 보은군수와 면담에서 스포츠 마케팅으로 가야 한다고 야구장을 이야기했다. 보은에 야구센터를 준비할 때였는데, 최근에 2개 면을 더 만들기도 했다. 한 번 대회를 하면 30개 팀이 오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이 바로 체감을 한다. 야구부들이 1~2달 와서 1년 매출을 다 올려준다고 군민들이 좋아한다고 했다. 운동장 사용료는 안 받고 대신 숙식을 군내에서 해결하도록 하면서 지역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동호인만을 위한 야구장을 지어놓으면 아무도 못 쓰는 것이다.

-남해안 벨트 완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군 예산에는 한계가 있다. 도 차원에서 함께 해줘야 한다. 오키나와, 미야자키,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서 하듯이 도에서 지원하면서 클러스터를 묶어 리그를 만들어야 한다. 애리조나는 미국에서 제일 땅값이 싼 곳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다저스, 레인저스 이런 팀들을 유치했다. 야구장 지어주고 이런 팀들이 사용하게 하면서 주변에 호텔, 식당들이 들어오면서 경제가 살아났다. 땅값도 많이 올랐다. 일본 삿포로 에스콘 필드도 좋은 예다. 야구장은 상징적인 것이고 대단위 개발을 했다. 니혼햄이 한 것인데 지역에서 조례를 바꿔주고 같이 지역을 바꿨다. 전남도 좋은 환경을 활용해 산업으로 가야 한다. 교육 리그도 양쪽에서 나눠서 해야 한다. 야구, 이제는 산업이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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