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완창’의 아름다움, 그 위를 완상하는 사람들
2024년 11월 10일(일) 17:10
9일 김다정 ‘춘향가 완창발표회’, 28일 박애화 ‘강산제 심청가 발표회’ 빛고을 국악전수관
각각 6시간, 4시간 30분 소요…어려움 뒤따르지만 “자기 증명의 기회”, 고수와 호흡도 중요

소리꾼 박애화(왼쪽)가 전통문화관 서석당에 ‘이수자 뎐 박애화의 남도 판소리’에서 ‘심청가’를 공연하는 장면. <광주시립창극단 제공>

길게는 예닐곱 시간 동안 판소리 한 바탕을 부른다는 것. 그것은 소리꾼 스스로 한계를 넘어서는 어떤 경지이며 판소리 바디(한 마당 전체)의 아름다움에 온전히 빠져드는 일이다. 유파별로 애원성과 서사성, 더늠(유파별 스타일)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완창(完唱)’은 주요 눈대목만 선보이는 부분창과 차원이 다르다.

짧은 편인 강산제 ‘적벽가’가 3시간 조금 못 미치며, 동초제 ‘춘향가’의 경우 8시간에 달한다. 완창회는 여전히 소리꾼에게 ‘도전’이며 고수와 관객에게도 실험적인 장르다.

소리꾼 ‘박애화’
지역에서도 ‘판소리 완창 발표회’를 앞두거나 최근 마친 이들이 있다.

먼저 광주시립창극단 박애화 상임단원은 오는 28일(오후 3시) 서구 빛고을국악전수관에서 ‘강산제 심청가 첫 완창 발표회’를 펼친다.

총 4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되는 이번 공연은 박 씨의 첫 완창 발표회라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전석 무료로 진행하며 판소리 다섯 마당 가운데 하나인 ‘심청가’를 선보일 예정.(장단에 정준호, 김준영)

영화 ‘서편제’를 보면서 소리에 입문했다는 신안 출신의 소리꾼 박애화는 광주예총 예술문화상, 광주시 문화예술상 임방울 특별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강산제 심청가’는 비장한 대목이 많고 음악적 형식미가 뛰어날 뿐 아니라 정교한 시김, 절제된 방식이 돋보여 ‘이면 소리에 맞게 구성이 잘 짜여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 씨는 “긴 호흡으로 완창발표회를 하는 것이 처음이라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심청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따라가보려 한다”며 “‘심청가’ 안에는 헷갈릴 만한 사설들이 많기에 가사 하나하나를 다시 체크하며 준비했다”고 했다.

그는 이번 무대를 통해 스승인 이은하(광주시 무형유산 제1호 예능보유자) 남도판소리 전승계보(박유전~이순자)를 잇고 그 아름다움을 귀명창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다고 한다.

소리꾼 김다정이 지난해 8월 ‘김다정의 보성소리, 강산제 수궁가 완창 발표회’에서 소리하는 모습. <김다정판소리연구소 제공>
아울러 올해 제26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통령상을 받은 소리꾼 김다정(여·42)은 9일(오후 1시) 빛고을국악전수관에서 ‘춘향가’ 완창발표회 ‘因緣-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성료했다.

본인의 이름을 내건 판소리연구소를 운영 중인 김 씨는 전남대 국악과 석사과정을 수료한 뒤 광주예고, 전남예고 등에 출강 중이다. 이번에 선보인 보성소리 동편제 김세종판 조상현류 ‘춘향가’는 조상현·주소연을 거쳐 김 씨에게 전승된 작품이다. 북채는 박근영·임영일·김준영 명고가 잡았다.

김다정은 “이번 완창회는 총 6시간에 걸쳐 무려 81대목에 달하는 방대한 구절을 모두 불러야 해서 심리적·육체적으로 부담이 갔던 것이 사실”이라며 “가사를 완벽히 숙지했더라도 무대에 오르면 입이 ‘막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입에서 저절로 가사가 튀어나왔으며 비슷한 말이라도 생각해 냈던 것이 자신만의 노하우라는 것.

이어 “그럼에도 ‘완창’만의 매력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데 있다. 끝나고 나면 성패가 갈리는데 성취감과 아쉬움이 동시에 남아 계속 도전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이번 김다정·박애화 완창 발표회에서 장단을 맡은 김준영 고수.
한편 두 공연에서 모두 북채를 쥔 광주시립창극단 상임단원 김준영 고수의 생각도 궁금했다.

창자가 실수하면 가사를 알려주거나 장단의 한배(리듬)를 조절해 소리를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에 완창발표회에서 고수의 역할은 크다. 통상 긴 연행시간 탓에 1~2부 고수를 나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김 씨는 “‘완창’은 ‘완북’과 별개의 것이 아니기에 서로 동행하는 측면이 있다”며 “판소리 주요 눈대목에 비해 분량이 길어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고, 가치에 대해 관점이 다른 일각의 시선도 존재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완창회는 ‘자기 증명의 기회’이자 ‘완결성의 미학’을 지닌 고유한 예술 형식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