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투사회보 만들던 청년 박용준
2024년 11월 06일(수) 20:15
극단 토박이 ‘광천동 청년 용준씨’
15·16일 민들레소극장서 연극
들불야학 활동했던 열사 조명
만드는 과정 인형 등 오브제로 구현

극단 토박이가 오월극 ‘광천동 청년 용준씨’를 오는 15~16일 민들레소극장에서 펼친다. 용준역 배우가 동료들과 포옹하는 모습. <토박이 제공>

5·18 민주화운동 당시 윤상원 열사와 들불야학은 저항언론 ‘투사회보’를 제작해 흑색선전에 맞섰다.

이들은 광주 광천동 시민아파트 주민들로부터 받은 지원금으로 등사기를 구비, 전용호·윤상원 열사가 글을 쓰면 박용준 열사가 같은 내용의 글을 자필로 적어 시민들에게 참상을 알렸다.

지금처럼 대량 인쇄가 가능한 시기가 아니었던 터라 일일이 등사기로 찍어내는 노고가 있었지만, ‘투사회보’는 민주화운동 지도부의 계획, 구호, 행동 지침을 전달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극단 토박이(대표 임해정)가 연극 ‘광천동 청년 용준씨’를 오는 15일(오후 7시 30분), 16일(오후 3시) 민들레소극장에서 펼친다. 오월 휴먼시리즈 일환으로 선보이는 첫 작품이며 5월 민중항생 당시 투사회보를 만들었던 스물다섯 고아 청년 박용준의 이야기를 다뤘다. 연출에 박정운.

1978년 들불야학 단합대회…. 상원, 용준, 영철 등은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용준은 영아원 시절부터 함께 자랐던 영심이가 자신들과 어울려 기쁨을 느낀다.

용준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신협 교도원으로 취직하지만 잠잘 곳이 없어 고통을 겪는다. 영철은 그런 용준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가족처럼 대하는 등, 야학생들은 서로 의지하며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영심의 결혼 소식과 1980년의 비극이 드리우면서 평화는 깨진다. 80년 오월 광주, 모든 언론이 시민들의 민중항쟁을 ‘불순분자들의 소요 사태’라 호도할 때 용준은 뾰족한 쇠철필로 참혹한 역사를 새기기 시작한다.

극은 들불야학 강학들이 녹두서점에 모여 투쟁의 열기를 끌어올렸던 모습, ‘투사회보’를 제작하기 위해 광천동 지역민의 도움을 받았던 모습을 초점화한다.

‘투사회보’는 1980년 5월 21일 제1호를 배포한 뒤 같은 달 25일 제8호를 발행하기까지 일 평균 7~8000장을 찍어낼 정도로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1~10호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인형, 미니어쳐, 가면 등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 구현할 예정이다.

5월 27일 새벽 계엄군이 광주YWCA를 공격하면서 박용준이 사살된 장면, 투사회보 이름을 ‘민주시민회보’로 바꿔 10호까지 발간한 뒤 계엄군에게 전량 압수당한 대목 등도 극화된다.

수천 장의 투사회보를 써 내려가며 용준의 손은 퉁퉁 부었고 살갗이 벗겨졌지만, 진실을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제작을 계속하는 모습은 울림을 남긴다. 스물 다섯 살 주인공 내면을 드러내는 분신(그림자)을 활용해 상처, 갈등, 희망 등 내면 심리를 드러내는 점도 포인트다.

박용준 역에 김영택, 용준의 그림자 역에 고영욱 배우가 출연한다. 이외 김정훈(김영철 역 외), 박정운(윤상원 역 외), 임해정(김영철 아내 역 외), 박지형(영심이 역 외) 배우 등도 무대에 오른다.

임해정 대표는 “이번 ‘광천동 청년 용준씨’와 같은 오월연극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상연되기 위해서는 ‘관객’의 존재가 필수적이다”며 “오월의 역사에 대해 잘 알고 있든, 그렇지 않든 부담 갖지 말고 편안히 찾아 관람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시간을 재구성하거나 의도하는 바를 ‘확장’시키는 다채로운 오브제 활용은 주제의식을 입체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법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1983년 창단한 극단 토박이는 오월 레퍼토리 기획공연으로 ‘금희의 오월’, ‘모란꽃’, ‘청실홍실’, ‘마중’ 등을 선보여 왔다. 이외 ‘박효선 연극상’을 제정하고 오월 시대 정신을 담은 작품을 발굴하는가 하면, 지난해 창단 40주년을 기념하는 ‘굿 스테이지 페스티벌’로 관객들을 만났다.

사전 예약제.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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