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立冬)은 추운 겨울 준비하라는 메시지 - 서금석 전남대 사학과 강사
2024년 11월 05일(화) 00:00 가가
겨울인 줄 알았다면 낭패다. 입동은 겨울 준비하라는 메시지다. 대개 양력 11월 7일이 입동(立冬)이다. 11월 초순이면 음력 10월에 접어든다. 두만강도 언다. 입동 지나면 물이 얼기 시작하고 땅도 언다. 사냥개를 이용한 꿩사냥으로 동네 뒷산 개 짖는 소리 요란했다. ‘세시잡기’에 “한양 사람들은 10월 초하룻날에 술을 준비해놓고 저민 고깃점을 회로에 구우면서 둘러앉아 마시며 먹는데 이것을 난로(煖爐)라고 한다”고 했다. 입동 즈음 옛풍속이다.
무·배추·마늘·고추·소금 등으로 김치를 담가 장독에 담근다. 여름의 장 담그기와 겨울철 김장은 민가에서 일 년을 보내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동국세시기’는 전한다. 아직 추수 마치지 못한 바쁜 손길은 더 분주하다. 고구마 수확 후 텅 빈 밭고랑에 찬 바람 분다. 쉴 새가 없다. 김치 담글 무와 배추를 수확해야 한다. 땅에서 나는 것들로 겨울을 맞이했다.
대륙과 해양의 온도 차이로, 그사이에 자리 잡은 한반도에는 겨울철 북쪽 찬 바람이 분다. 삭풍(朔風)이다. 매월 음력 초하루를 삭일(朔日)일이라고 했다. 초승달을 보고 지은 날짜 이름이다. 음력 초하루 초저녁에 뜬 초승달이 삭월(朔月)이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초하루에 초승달 보기 힘들다. 삭풍이 북풍이다. 초승달이 마치 칼처럼 생겼기 때문에 삭풍은 칼바람이다. 귀마개는 생존을 위한 도구였다. 고대시대부터 귀마개의 고급화는 신분의 위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겨울을 예고한 입동은 마라톤 출발 전, 모진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준비운동 시간과 같다. 24절기 중 19번째 절기다. 태양 황경으로 보면 225도가 된다. 계절마다 6개의 절기를 배정해 24절기로 만든 것은 숫자 24가 편했기 때문이다. 절반으로 나누면 달의 주기 12가 되고, 다시 곱하면 24가 되고, 4와 6으로 곱해도 좋고, 24를 4나 6으로 나누어도 편리했다. 숫자 24는 경쟁에서 승리했다. 달과 태양을 관찰하고 만들어낸 24절기는 지금의 하루 24시간 체계의 모델이다.
우리가 더 먼 별빛을 보기 위해서는 더 먼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은 과거를 보면서 역사를 만들었다. 빛의 속도로 달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28초다. 곧, 우리가 보는 달빛은 1.28초 전의 달빛이다. 태양빛이 지구까지 오는 시간은 8분 30초가량이다. 지금 보았던 태양 빛은 8분 30초 전의 빛이다. 북극성 빛은 434광년 만에 지구에 닿는다. 오늘 밤 북극성이 보인다면 빛의 속도로 434년 전의 것이다. 1590년의 북극성의 별빛이 오늘 밤 지구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밤에 보는 북극성의 빛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별빛이었다. 하늘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었고, 과거를 볼 수 있는 빛을 보냈다.
입동은 봄·여름·가을, 과거가 가져다준 새로운 계절의 문턱이다. 각각의 절기 사이 대략 15일에 24를 곱하면 360으로 원둘레 각도가 된다. 고려시대 달력으로 1년의 길이는 365.2446일이다. 현재의 기술로 측정해 얻은 1년의 길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옛사람들은 각 절기와의 사이를 15.2185일로 소수점까지 계산해 냈다. 입동은 24절기 중 19번째이므로 1년 중 273.933일이 지났다.(≒15.2185일×18일). 1년 중 75%가 지났다. 남은 25% 삶은 입동 계획에 달렸다.
입동 전후, 제주 노지 감귤을 수확한다. 밀감으로 불리며 맛볼 수 있는 귤은 20세기 들어왔지만, 제주 감귤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제주의 감귤 생산과 진상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 제주의 귤(橘子)은 고려 왕실에 바쳐졌다. 대마도는 사신을 보내 감귤(柑橘)을 고려에 보냈다. 조선 왕실은 10월에 수확한 감귤을 종묘에 천신했다. 감귤은 아주 귀했다. 해방 이후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개량종이 재배되면서 제주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작물이 귤나무였다. 귤나무 한그루면, 자식 대학을 보냈을 정도였다, 하여 귤나무를 대학나무로 불렀다.
지금의 제주도 감귤 생산은 타케 신부가 심은 14그루의 온주밀감 덕이다. 제주 감귤은 중국 절강성 온주 지역에서 유래한 개량 종이다.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타케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선교 중이던 포리 신부로부터 온주밀감 14그루를 받아 재배하면서, 서귀포 일대는 최대 감귤 재배지가 되었다.
우리가 더 먼 별빛을 보기 위해서는 더 먼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시간은 과거를 보면서 역사를 만들었다. 빛의 속도로 달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28초다. 곧, 우리가 보는 달빛은 1.28초 전의 달빛이다. 태양빛이 지구까지 오는 시간은 8분 30초가량이다. 지금 보았던 태양 빛은 8분 30초 전의 빛이다. 북극성 빛은 434광년 만에 지구에 닿는다. 오늘 밤 북극성이 보인다면 빛의 속도로 434년 전의 것이다. 1590년의 북극성의 별빛이 오늘 밤 지구에 도달했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밤에 보는 북극성의 빛은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의 별빛이었다. 하늘은 우리에게 시간을 주었고, 과거를 볼 수 있는 빛을 보냈다.
입동은 봄·여름·가을, 과거가 가져다준 새로운 계절의 문턱이다. 각각의 절기 사이 대략 15일에 24를 곱하면 360으로 원둘레 각도가 된다. 고려시대 달력으로 1년의 길이는 365.2446일이다. 현재의 기술로 측정해 얻은 1년의 길이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옛사람들은 각 절기와의 사이를 15.2185일로 소수점까지 계산해 냈다. 입동은 24절기 중 19번째이므로 1년 중 273.933일이 지났다.(≒15.2185일×18일). 1년 중 75%가 지났다. 남은 25% 삶은 입동 계획에 달렸다.
입동 전후, 제주 노지 감귤을 수확한다. 밀감으로 불리며 맛볼 수 있는 귤은 20세기 들어왔지만, 제주 감귤의 역사는 꽤나 오래됐다. 제주의 감귤 생산과 진상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려시대 제주의 귤(橘子)은 고려 왕실에 바쳐졌다. 대마도는 사신을 보내 감귤(柑橘)을 고려에 보냈다. 조선 왕실은 10월에 수확한 감귤을 종묘에 천신했다. 감귤은 아주 귀했다. 해방 이후 제주에서 본격적으로 개량종이 재배되면서 제주도에서 가장 소득이 높은 작물이 귤나무였다. 귤나무 한그루면, 자식 대학을 보냈을 정도였다, 하여 귤나무를 대학나무로 불렀다.
지금의 제주도 감귤 생산은 타케 신부가 심은 14그루의 온주밀감 덕이다. 제주 감귤은 중국 절강성 온주 지역에서 유래한 개량 종이다.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했던 타케 신부가 1911년 일본에서 선교 중이던 포리 신부로부터 온주밀감 14그루를 받아 재배하면서, 서귀포 일대는 최대 감귤 재배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