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30년전 ‘예향’에 단편소설 ‘푸른 山’ 실어
2024년 10월 23일(수) 22:35 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다시 화제
광주일보, 지역 출신 작가 문화 지속 보도
광주일보, 지역 출신 작가 문화 지속 보도
한국 작가로 첫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초기 소설 ‘푸른 山’이 광주일보 문화전문매거진 ‘예향’(1994년 7월호·통권 118호)에 수록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한강의 초기 작품 수록이 ‘예향’ 창간 40주년을 맞아 확인이 되면서 그 의미가 더욱 배가되고 있다.
‘예향’은 그동안 호남의 문화와 예술을 기록하고 지역과 세계를 잇는 글로벌 매거진으로서 책무를 수행해왔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호남의 문화와 예술이 꽃 피울 수 있도록 관심을 쏟아왔다. 광주일보 신춘문예 작가나 중앙 일간지를 통해 등단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책 발간 소식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 소식을 지속적으로 보도해왔던 것이다.
1994년 7월호 ‘예향’에 수록된 단편소설 ‘푸른 山’은 248쪽부터 259쪽까지 12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당시 삽화는 김진수 화백이 그린 것으로 모두 3개의 이미지로 돼 있다. 청년 시절의 한강 작가 사진도 볼 수 있다. 24세의 앳된 얼굴은 우수에 찬 모습이며 무엇인가를 사유하는 듯한 표정이 어려 있다.
원고지(현재 기준) 120매에 이르는 소설은 한강 작가 작품의 일반적인 특질, 즉 “시적인 산문”을 비롯해 서정적 문체, 섬세한 감수성 등이 정치하게 녹아 있다. 또한 작가의 이력에는 ‘1970년 전남 광주 출생, 93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붉은 닻’으로 당선’ 등의 내용이 소개돼 있다.
‘예향’에 게재된 ‘푸른 山’은 한강 작가의 초기 작품은 물론 향후 창작된 작품 세계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단초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문학연구자들이 특정 작가 연구를 할 때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작품이 데뷔 작품과 초기 작품이다. 이후 문학세계가 다소 변화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작가들의 작품 세계는 초기 작품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언급한 대로 한강 작가는 지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작 ‘붉은 닻’, 1월 4일자)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한강 작가는 ‘뽑히고 나서’라는 당선 소감에서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이제부터 배워야 하리라. 세월의 뜻을 가르쳐주시는 부모님, 주저앉고 싶던 순간마다 집요하게 등단을 격려하게 해 주곤 하던 오라버님, 마감시간에 쫓겨 자정 가까운 밤거리로 나설 때 기꺼이 동행해주었던 동생, 나보다 놀라며 기뻐할 친구들의 얼굴이 차례로 생각난다”고 했다.
예향에 게재된 ‘푸른 山’은 영세 출판사에서 근무하는 20대 중반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야근과 일요일 근무가 빈번한 작은 출판사에서 일하며 겨우 생계를 꾸려가는 영선이라는 여성의 삶을 그렸다. 영선은 격무와 적은 월급, 시력이 나빠지는 증세에 시달리다 마침내 사표를 낸다.
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에 올라와 야간대학을 다니며 일을 해야 했던 여성은 그 시절 남도 출신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가다 영선은 고향이 ‘장성’이라는 군인을 알게 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내용이다. 행선지가 영등포역에서부터 열차의 마지막 종점까지 가는 것으로 보아 영선의 고향은 광주나 목포, 여수로 추정된다.
소설 전편에 흐르는 정서는 쓸쓸함과 비루한 현실, 생의 비의와 아픔, 남도의 정서 등이다. 한강 작가의 다수의 작품에서 그러한 특질이 발견되는데, 유독 초기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은 삶과 죽음의 본질, 폭력의 원인 등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부친인 한승원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강(한강)이의 소설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섬세합니다. 여린 상처 입은 영혼의 실존이랄까 그것을 실감있게 묘사하지요. 그 흉내는 우리 같은 앞선 세대 작가들은 결코 흉내를 내지 못하죠”라고 말한 바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1994년 7월호 ‘예향’에 수록된 단편소설 ‘푸른 山’은 248쪽부터 259쪽까지 12페이지에 걸쳐 실려 있다. 당시 삽화는 김진수 화백이 그린 것으로 모두 3개의 이미지로 돼 있다. 청년 시절의 한강 작가 사진도 볼 수 있다. 24세의 앳된 얼굴은 우수에 찬 모습이며 무엇인가를 사유하는 듯한 표정이 어려 있다.
언급한 대로 한강 작가는 지난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당선작 ‘붉은 닻’, 1월 4일자)를 통해 문단에 나왔다.
한강 작가는 ‘뽑히고 나서’라는 당선 소감에서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이제부터 배워야 하리라. 세월의 뜻을 가르쳐주시는 부모님, 주저앉고 싶던 순간마다 집요하게 등단을 격려하게 해 주곤 하던 오라버님, 마감시간에 쫓겨 자정 가까운 밤거리로 나설 때 기꺼이 동행해주었던 동생, 나보다 놀라며 기뻐할 친구들의 얼굴이 차례로 생각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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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나이에 아버지를 여의고 서울에 올라와 야간대학을 다니며 일을 해야 했던 여성은 그 시절 남도 출신 여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야간열차를 타고 가다 영선은 고향이 ‘장성’이라는 군인을 알게 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는 내용이다. 행선지가 영등포역에서부터 열차의 마지막 종점까지 가는 것으로 보아 영선의 고향은 광주나 목포, 여수로 추정된다.
소설 전편에 흐르는 정서는 쓸쓸함과 비루한 현실, 생의 비의와 아픔, 남도의 정서 등이다. 한강 작가의 다수의 작품에서 그러한 특질이 발견되는데, 유독 초기 작품에서 강하게 드러난다. 5·18을 다룬 소설 ‘소년이 온다’와 같은 작품은 삶과 죽음의 본질, 폭력의 원인 등을 섬세한 문체로 그려 독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선사했다.
부친인 한승원 소설가는 노벨문학상 발표 이후 광주일보와 인터뷰에서 “강(한강)이의 소설은 굉장히 서정적이고 섬세합니다. 여린 상처 입은 영혼의 실존이랄까 그것을 실감있게 묘사하지요. 그 흉내는 우리 같은 앞선 세대 작가들은 결코 흉내를 내지 못하죠”라고 말한 바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