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공항에 묶여 중단된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 재개 목소리 커진다
2024년 10월 23일(수) 18:30
국방부, 공사비 80% 넘는 2681억 투입해 놓고 갑자기 중단
양부남 의원 국감서 공사 재개 촉구…광주시도 한목소리

1975년 광주시 서구 마륵동과 벽진동 일대 36만6000㎡ 부지에 조성됐던 탄약고 전경.

3000억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고도, 기약 없는 광주 군 공항 이전 사업에 발목 잡혀 중단된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의 재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방부는 2009년부터 광주 서구 마륵동 일원 탄약고를 군 공항이 있는 광산구 신촌동 일원으로 옮기기로 하고 손실 보상에 착수했으며, 국방·군사시설 사업계획 승인을 거쳐 지난해 6월까지 이전부지 지반공사를 마치고 시설 공사만 남겨둔 채 모든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까지 마륵동 탄약고 이전사업에는 총 예상 사업비 3262억원 가운데 2681억원(82.2%)이 보상비와 공사비 등으로 집행됐다. 단순 계산하면 전체 예산의 17.8%인 581억원만 추가 집행하면 이전사업은 모두 완료된다.

하지만 국방부는 광주 군 공항으로 마륵동 탄약고를 옮긴 이후 군 공항을 옮기게 되면 매몰 비용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국회 지적을 받아들여 공사를 전면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1976년 군사시설 보호구역 지정 이후 재산권 침해와 주거지역 진출입로 개설 제한 등 50년 가까이 각종 피해를 입어 온 마륵동 주민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생계까지 뒤로 미루고, 이전 부지 환매권 소송, 군사 보호구역 조정 소성, 감사원 감사 청구 등에 매달리고 있다.

광주시와 서구청도 군 공항 이전이 10년 이상 진행될 장기 사업인 점을 고려해 군 공항 이전과 별개로 탄약고 이전은 정상적으로 추진해달라고 국방부 등에 요청하고 있다. 특히 이미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공사 중단이 더 큰 매몰 비용을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역 정치권도 정부와 국방부, 그리고 광주시를 향해 공사 재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마륵동 탄약고를 지역구로 두고 더불어민주당 양부남(광주 서구을) 의원은 지난 22일 광주시 국정감사에서 “(마륵동 탄약고 이전 사업은) 필요한 예산 80%가 집행돼 지반 공사까지 끝났는데도 공사가 중단돼 있다”며 “군 공항 이전지가 지정돼도 10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빨리 나머지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 역시 “탄약고 이전의 남은 공사와 군 공항 이전은 투트랙으로 해도 되는 만큼 (공사 재개를)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답변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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