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현대사와 파란의 생애 담은 연극
2024년 10월 21일(월) 21:20 가가
푸른연극마을·김대중추모사업회
DJ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29~31일 빛고을시민문화관
21일 씨어터연바람서 제작발표회
DJ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
29~31일 빛고을시민문화관
21일 씨어터연바람서 제작발표회
“‘뮤지컬 이승만’, ‘박정희 콘서트’도 있는데 왜 우리는 뛰어난 지도자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김대중을 스스로 밀어내고 있는가, 이제 우리가 그의 삶에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과 맞물려 오성완 배우의 말이 울림을 준다. 푸른연극마을과 김대중추모사업회가 오는 29~31일(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치는 연극 ‘사형수 김대중’에서 그는 김대중 역을 맡았다.
이번 작품은 전두환 신군부가 주도했던 내란음모 조작사건으로 인해 사형을 선고받았던 김 전 대통령의 옥중 수난사를 무대화했다. 현실을 기반으로 동시대 사건을 다뤘다는 점에서 한 편의 드라마극이자 다큐멘터리 연극에 가깝다.
본 공연에 앞서 21일 오전 씨어터연바람에서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주역 배우 및 제작진들이 총출동해 작품의 모나드(핵심) 격인 3장, 5장을 무대에 올렸다.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정진백(김대중광주추모사업회) 회장은 “오래전부터 무대화를 염두에 두고 있던 ‘사형수 김대중’은 김 전 대통령의 시난고난한 인생사 중에서도 임계점에 가깝던 ‘옥살이’를 초점화했다”며 “흥행을 떠나 죽음의 위기, 치욕을 딛고 절체절명의 시간을 이겨낸 ‘인간 김대중’의 순일한 마음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했다.
암전과 함께 시작된 3장은 신군부 관계자의 무거운 독백으로 채워졌다. 김 전 대통령은 민주화 시위를 배후에서 조종했다는 혐의와 관련 육군본부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날조된 내란 음모, 국가보안법, 반공법, 계엄법 위반 등 죄목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투옥된다.
서신교환과 면회도 막힌 채 수감 50일이 넘자 수사관(이봉하 분)은 ‘손을 잡자’며 회유한다. 자신들과 결탁하면 이후에 있을 재판은 그저 요식행위일 뿐, 향후 “대통령 자리만 빼고 다 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은 “협력할 수 없으니 당신들이 날 죽인들 어찌하겠소”라며 제안을 고사한다.
‘노인과 바다’, ‘더 파더’ 등 심리·모노 드라마를 통해 숙련된 오 배우의 내면 연기는 흡입력 있다. 선 굵은 표정 연기와 인동초의 삶을 녹인 페르소나에는 현대사의 질곡이 드리워졌다. 민주화의 표상과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기해야 하는 터라 부담도 뒤따랐다는 후문.
한편 김 전 대통령이 신문으로 5·18 소식을 접하는 장면은 시공간을 초월해 형상화된다.
극은 시민군이 궐기했던 과거 순간으로 플래시백 하는 것은 물론, 도청 앞 최후의 항쟁까지 여러 장면을 몽타주한다.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소극장 세트의 한계를 극복해 기억을 투사하는 씬들은 공간적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81년 1월 무기형으로 감형된 후 청주교도소로 이감되기 전까지의 모습들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DJ의 옥중 투쟁은 광주항쟁의 전면화와 항쟁 촉발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항쟁 당시 시민군의 구호가 ‘계엄 철폐’, ‘김대중 석방’이었을 정도로 그의 구속은 역사의 전환점이 된다.
김 전 대통령의 옥중기를 다룬 이번 극은 DJ의 정신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공연을 위해 총 17명 배우들은 9월 8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한 달여 서울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지난 14일부터는 지역 예술촌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할 만큼 모두 열성적으로 임했다.
특히 5·18을 다룬 공연임에도 캐스팅 보드에 지역 출신의 배우는 단 세 명뿐이다. 전국 공모를 거쳐 경기도, 부산 등 각지에서 뜻 있는 배우를 캐스팅한 점은 5월 정신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도와 연계된다.
이희호 여사 역을 맡은 김규리 배우는 “학창 시절 공부했던 한국 근현대사는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한 수단이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서른이 넘고 사회를 보는 눈이 선명해지면서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중항쟁을 애도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크나 한 명의 배우로서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연극일 뿐”이라서 “예술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흥분’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형수 김대중’은 경기도 안양시 등에서 초청받아 향후 수도권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3만원.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김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과 맞물려 오성완 배우의 말이 울림을 준다. 푸른연극마을과 김대중추모사업회가 오는 29~31일(오후 7시 30분)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펼치는 연극 ‘사형수 김대중’에서 그는 김대중 역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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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봉 역의 오일룡 배우(왼쪽부터), 오성완 배우, 빤질이 역 조정환 배우가 열연하는 모습. |
본 공연에 앞서 21일 오전 씨어터연바람에서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주역 배우 및 제작진들이 총출동해 작품의 모나드(핵심) 격인 3장, 5장을 무대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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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감 중 받은 신문에서 ‘광주 5·18민중항쟁’의 참상을 접하고 절망하는 김대중 역 오성완 배우(왼쪽). |
서신교환과 면회도 막힌 채 수감 50일이 넘자 수사관(이봉하 분)은 ‘손을 잡자’며 회유한다. 자신들과 결탁하면 이후에 있을 재판은 그저 요식행위일 뿐, 향후 “대통령 자리만 빼고 다 드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김대중은 “협력할 수 없으니 당신들이 날 죽인들 어찌하겠소”라며 제안을 고사한다.
‘노인과 바다’, ‘더 파더’ 등 심리·모노 드라마를 통해 숙련된 오 배우의 내면 연기는 흡입력 있다. 선 굵은 표정 연기와 인동초의 삶을 녹인 페르소나에는 현대사의 질곡이 드리워졌다. 민주화의 표상과 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연기해야 하는 터라 부담도 뒤따랐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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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군의 총칼에 쓰러진 시민군 앞에서 기도하는 이희호 여사 역 김규리 배우. |
극은 시민군이 궐기했던 과거 순간으로 플래시백 하는 것은 물론, 도청 앞 최후의 항쟁까지 여러 장면을 몽타주한다.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과 소극장 세트의 한계를 극복해 기억을 투사하는 씬들은 공간적 지평을 확장했다는 평가다. 이 외에도 81년 1월 무기형으로 감형된 후 청주교도소로 이감되기 전까지의 모습들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DJ의 옥중 투쟁은 광주항쟁의 전면화와 항쟁 촉발을 위한 결정적인 계기였다. 항쟁 당시 시민군의 구호가 ‘계엄 철폐’, ‘김대중 석방’이었을 정도로 그의 구속은 역사의 전환점이 된다.
김 전 대통령의 옥중기를 다룬 이번 극은 DJ의 정신을 이해하는 단초가 된다.
공연을 위해 총 17명 배우들은 9월 8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한 달여 서울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지난 14일부터는 지역 예술촌에서 합숙 훈련을 진행할 만큼 모두 열성적으로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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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 김대중’ 출연 배우들. |
이희호 여사 역을 맡은 김규리 배우는 “학창 시절 공부했던 한국 근현대사는 그저 시험을 보기 위한 수단이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서른이 넘고 사회를 보는 눈이 선명해지면서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중항쟁을 애도하고 지지하는 마음이 크나 한 명의 배우로서 할 줄 아는 것은 그저 연극일 뿐”이라서 “예술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흥분’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사형수 김대중’은 경기도 안양시 등에서 초청받아 향후 수도권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12세 이상 관람 가능하며 전석 3만원.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