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다, 채솟값 폭등…겁난다, 반찬 올리기
2024년 10월 15일(화) 21:30
메뉴 변경하고 셀프 서비스 없애는 등 광주·전남 자영업자 비명
배추김치 대신 무김치도…“반찬 하나하나 돈 받아야 하나” 울상
채소 가격 폭등에 달라진 세태
샤브샤브가게 셀프바 사라지고
반찬가게 잡채 시금치 대신 부추
김밥가게 김밥 판매 포기 고민도

15일 오전 광주시 서구 매월동 서부농산물시장 청과동에 강원도에서 온 고랭지 배추가 쌓여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안그래도 고물가에 힘든데 채소가격까지 올라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이례적으로 긴 폭염과 잦은 비 때문에 작황이 부진해 연일 채소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광주·전남 자영업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비싼 채소를 저렴한 채소로 대체하거나 메뉴자체를 변경하고 ‘채소 셀프 서비스’ 코너를 없애는 등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15일 광주일보 취재진이 찾은 광주시 남구 진월동의 한 샤브샤브 가게에는 야채를 손님들이 자유롭게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셀프바가 사라졌다.

최근 채소 가격이 급등하면서 버려지는 채소를 줄여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한 조치로 채소를 직접 손님 테이블에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바꾼 것이다.

인근의 다른 샤브샤브 가게 주인 박일(36)씨는 “우리 가게는 원래 정량만 드리긴 했는데 옆 가게가 (셀프바를 없앤 것이) 이해가 간다”며 “샤브샤브에 필수로 들어가는 채소들의 가격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료를 저렴한 채소류로 바꾸거나 메뉴자체를 바꾸는 가게도 있다.

남구 진월동의 한 식당에서는 시금치 가격이 폭등하자 잡채에 들어가는 시금치를 저렴한 부추로 대체하기도 했다. 반찬가게에서는 폭등한 배추가격 때문에 메뉴에서 배추김치를 없애고 무김치로 바꿨다.

광주지역 자영업자들은 “채소 가격이 평년에 비해 2~5배 가까이 올랐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을 할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구에서 족발집을 하는 박모(42)씨 역시 “버려지는 채소가 아까워 원래 드리던 양보다 조금 줄이고, 원하면 더 갖다드리도록 했다”며 “손님들도 사정을 알다보니 이해해주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아쉬운 소리가 나와 고민이다”고 푸념했다.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에서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김민숙(여·60)씨는 시금치 반찬을 없애야 할지 고민 중이다.

시금치 1관(3.75kg) 가격이 1만원대에서 4~5만원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찾는 손님이 있어 구색맞추기용으로 계속 만들고 있지만, 시금치 가격이 떨어지지 않으면 대체할 반찬을 찾아야할 것 같다. 1개에 5000원인 시금치나물을 팔아봤자 손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쌈채소나 반찬은 ‘당연히 주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비싼 채소 가격 탓에 부담이 커졌다는 호소도 나온다.

동구 불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훈동(70)씨는 “원래 10박스에 2~3만원이던 상추가 며칠 전 구입할 때 보니 10만원 하더라. 쌈배추는 1만5000원 하던 것이 5만원까지 올랐다”며 “그나마 쌈배추는 품질이 좋지 않길래 빼버렸다”고 말했다.

김씨는 “채소 가격이 점점 비싸지니 우리나라도 앞으로 일본이나 유럽처럼 반찬 하나하나 돈을 받는 문화로 바뀌지 않겠나”고 덧붙였다.

무등시장의 한 김밥집에서 20년 넘게 일했다는 김금순(여·63)씨는 “김밥 판매를 포기하는 가게도 늘었다는데 이해가 된다”며 “김 가격이 말도 안되게 올랐다. 김 1톳(100장)에 7000원 하던 게 1만3000원까지 두배 가까이 올랐다. 뿐만 아니라 부추, 무, 우엉, 깻잎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김밥을 팔면 팔수록 손해”라고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국밥 한 그릇도 1만원이 넘어가는 추세라 시장 상인들이나 새벽에 근무하는 운전기사들이 저렴한 분식집을 찾고 있지만, 물가가 떨어지지 않으면 장사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