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폐현수막 에코백 만들며 환경 지켜요”
2024년 09월 23일(월) 19:35
환경·정서 교육 힘쓰는 전남대병원 어린이집
에코백 들고 전통시장 장보기…우유팩으로 휴지 교환·이면지 쓰기
245빌딩 견학·경로당 위문·명절 나눔 등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도

폐현수막으로 직접 만든 에코백을 들고 남광주시장에서 장보기를 실천한 전남대학교병원어린이집 원아들. <전남대학교병원 어린이집 제공>

길쭉하거나 넓은 제각각 크기의 가방에 과일과 무지개, 귀여운 캐릭터 등 알록달록한 무늬들이 새겨져 있다. 이 가방은 폐현수막으로 만든 특별한 에코백으로 전남대학교병원어린이집 원아들이 손수 제작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지난 선거 이후 무분별하게 발생한 현수막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껴 아이들과 함께 재활용하기 위해 수거된 깨끗한 현수막을 받았다. 4세부터 7세까지 60여 명의 원아들은 폐현수막을 직접 재단해 그림을 그렸고, 수선집에서 박음질 도움을 받아 가방을 완성했다. 원아들은 에코백을 들고 어린이집 근처 전통시장에서 장보기도 실천했다.

박희숙 원장은 “아이들이 가방을 직접 만들며 수거와 재활용 의미를 이해하는 수업이었다”며 “아이들과 가정과 지역사회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백 만들기 이외에도 우유팩을 모아 동사무소에서 직접 폐휴지로 교환해오기, 어린이집 텃밭에서 재배한 채소를 이웃에 나누기, 동구 탄소중립센터에서 탄소중립 교육 받기, 동네 쓰레기 줍는 환경 캠페인 등 환경 친화적인 프로그램을 지속하고 있다. 물 절약하기, 자원 아껴쓰기, 분리수거하기 등은 원아들에게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쓰레기를 줍는 환경 캠페인을 벌이는 전남대학교병원어린이집 원아들.
아이들에게는 이면지도 친숙하다. 서남동 인쇄골목 한가운데 자리잡은 어린이집은 주변 인쇄소에서 나오는 종이를 재활용해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 재료로 사용하며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자유롭게 펼치고 있다.

“어릴 때 받은 교육이 평생 가기 때문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찍 심어줘야 하죠. 우리가 살아가며 왜 환경이 중요한지 경제나 사회 정서가 왜 중요한지를 아이들이 몸소 체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실천하는 일이 곧 환경을 지키는 일이죠. 환경과 사회 정서 쪽으로 많은 비중을 두고 있어요.”

박 원장은 또 올해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감정 프로그램’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두려움’과 ‘용기’ 키워드를 갖고 전일빌딩 245에서 5·18민주화를 배웠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쓴 245자의 현수막 편지가 전시실에 게시돼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원아들이 전일빌딩245를 견학한 후 현수막에 ‘5·18 광주를 지켜준 여러분께’라는 245자의 편지를 썼다.
박 원장은 올해 1년 동안 해 온 다양한 프로그램을 전국에 보급할 목표로 보육 프로그램 공모전에도 출전할 생각이다. 작은 실천이 더 많은 곳에서 함께 이뤄지는 나비효과를 기대하는 마음에서다.

어릴 때부터 기본 생활 습관과 바른 인성을 기르는 교육에 중점을 두는 박 원장은 경로당 위문 공연, 이웃에게 명절 선물 나누기 등 지역사회와 협력할 수 있는 일도 함께 하고 있다.

박 원장은 “병원 직원들의 자녀를 위해 설립된 직장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부모가 일하는 동안 좋은 프로그램과 바른 먹거리 속에서 안심하고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질 높은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환경 교육 뿐만 아니라 사회적이고 안정된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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