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고집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8월 20일(화) 22:00 가가
고집쟁이를 일컫는 말 중에 최고는 ‘옹고집(翁固執)’이다. 늙은이 옹(翁)과 고집(固執)의 조합으로 흔히 남자 노인들을 깎아내리는 말로 사용한다. 고집이 센 사람을 옹고집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그 어원이 된 ‘옹고집전’에서 찾을 수 있다. 옹고집은 조선 영·정조 시기 민간에 등장한 국문소설의 주인공인데, 본래는 판소리에서 나왔다고 전해진다. 심술 많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는 옹고집이 수도승의 도술에 걸려 고초를 겪다가 참된 인간으로 개과천선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성(姓)으로 보이는 옹(翁)자는 공(公) 밑에 깃 우(羽)자가 붙은 형태인데, ‘羽’의 의미에 대해서는 늙은이의 기다란 수염을 뜻한다는 설과 추장이 쓴 모자에 달린 깃털을 의미한다는 설이 있다.
그런데 요즘의 옹은 예전의 쓰임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의 성명·호(號) 뒤에 써 남자 노인을 높게 부르는 데 사용된다. 의미가 확장된 측면이 있는데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통용되고 있다.
중국 전국 시대의 사상가 장자는 “고집은 어리석지 않다고 우기는 데 있다”고 말했다. 또 불교 경전 ‘팔만대장경’에는 고집과 관련 “치우친 고집은 영원한 병”이라고 했다. 이 글귀들의 핵심은 순리를 넘는 고집의 원인이 ‘억지와 소통 부재’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억지’는 자기의 생각이나 행동을 무리하게 관철해 보려는 것이고, ‘소통 부재’는 자기 의견을 굳게 지킴으로서 상대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는 성질(성향)을 뜻한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가 발의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합법 개정안)과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에 대해 잇따라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대통령은 고집스럽게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는 곧바로 재투표를 강행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찬성과 반대는 국민 각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이런 상황이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고집스럽게 보인다는 점은 문제 아니겠는가.
/bigkim@kwangju.co.kr
그런데 요즘의 옹은 예전의 쓰임과는 달리, 사회적으로 존경받으며 나이가 많은 사람의 성명·호(號) 뒤에 써 남자 노인을 높게 부르는 데 사용된다. 의미가 확장된 측면이 있는데 어색한 부분이 있긴 하지만 통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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