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병철 크레이터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8월 19일(월) 22:00 가가
“…보내주신 합죽선인 절삽은 남다른 관심이 있지 않으면 어떻게 여기까지 미치오리까. 도깨비 불빛을 이웃한 거칠고 적막한 ‘귀린황적’(鬼燐荒寂)한 속에서 반갑게 받고 보니 감격스러움 더할 나위 없습니다.”
미술사학자 최열이 펴낸 ‘추사 김정희 평전’(돌베개·2021년)에 실려 있는 추사(1786~1856)의 편지글이다. 1851년 단오절을 앞두고 도승지인 규재 남병철(1817~1863)이 추사에게 전주 합죽선을 선물하자 보낸 답신이다. ‘조선왕조실록’(철종실록)에 기록된 규재의 졸기(卒記)는 그의 생애와 활동상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서적을 널리 섭렵하여 투철하게 깨우친 뒤에야 그쳤으며 한번 눈을 거친 것은 평생 동안 잊지 않았다. 성력(星曆)에도 널리 통달하여 천문의 미묘한 이치를 세밀히 분석해 내었다. 평소 한 가지 예능(藝能)으로서 명예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의 가슴에 쌓인 것을 모르는 이가 있기도 하였다….”
조선 헌종·철종 대에 활동한 규재는 예조판서와 대제학 등 벼슬을 지낸 문신이자 천체 위치와 움직임을 측정하는 ‘혼천의’를 제작하고, 천문 역법(歷法)과 천문기구 매뉴얼인 ‘추보속해’(推步續解)와 ‘의기집설’(儀器輯說) 등을 편찬한 천문학자·수학자였다. 바둑과 서예에도 능했다고 한다. 동생인 병길 또한 천문 역법학자로 활동했으며 형님의 문집 ‘규재유고’(圭齋遺稿·1864년)를 펴냈다.
달 뒷면 크레이터(충돌구)에 조선 천문학자·수학자의 이름이 붙여졌다. 국제천문연맹(IAU)은 최근 지름 132㎞ 규모의 달 뒷면 크레이터 명칭을 ‘남병철 크레이터’(Nam Byeong-Cheol Crater)로 공식 명명했다. 앞서 경희대 우주탐사학과 ‘다누리 자기장 탑재체 연구팀’이 IAU에 제안한 이름이다.
이번 크레이터 지명 명명을 계기로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남병철·병길 형제를 비롯해 19세기 천문과 수학 분야를 파고들었던 실학자들과 과학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또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우주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 이때, 한국의 우주개발 탐사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미술사학자 최열이 펴낸 ‘추사 김정희 평전’(돌베개·2021년)에 실려 있는 추사(1786~1856)의 편지글이다. 1851년 단오절을 앞두고 도승지인 규재 남병철(1817~1863)이 추사에게 전주 합죽선을 선물하자 보낸 답신이다. ‘조선왕조실록’(철종실록)에 기록된 규재의 졸기(卒記)는 그의 생애와 활동상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킨다.
이번 크레이터 지명 명명을 계기로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남병철·병길 형제를 비롯해 19세기 천문과 수학 분야를 파고들었던 실학자들과 과학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 또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우주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에 다시 뛰어들고 있는 이때, 한국의 우주개발 탐사를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