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8월 18일(일) 22:00 가가
지난달 일본 니가타현 ‘사도 광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1500여 명이 강제동원돼 노역을 했던 통한의 역사 현장이다. 당초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유산 시기를 16∼19세기인 에도시대로 한정해 등재를 추진했다. 조선인 강제노역과 관련된 근대를 배제하려는, 만행의 역사를 감추기 위한 의도였다.
그럼에도 사도광산 등재가 가능했던 것은 두 가지 전제 조건 때문이었다. 하나는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과 조선인 노동자와 관련한 전시물을 설치한다는 권고에 동의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등재 이후 오픈한 박물관 전시실에는 ‘강제’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사도광산 세계 유산 등재 과정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15년 일본은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 등재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에도 강제노역 사실 인정,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공언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이번의 ‘강제’ 표현 누락도 일본의 교묘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일 터인데, 등재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응과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79주년 광복절은 어느 해보다 시끄럽고 안타까웠다. 신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다른 이슈를 압도할 만큼 휘발성이 강했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친일’ 논란에 휩싸인 독립기념관장 인선에 반발하며 정부 주관의 광복절 행사에 불참했다. 국민의 힘은 경축식 불참은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적 선동이라고 맞대응했다.
역사를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는 실로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는 5000년 역사 속에서 숱한 외침을 받아왔지만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풀처럼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 사마천은 역사를 기록하는 목적은 ‘술왕사 지래자’(述往事 知來者)라 했다. ‘지난 일을 토대로 다가올 날을 알게 한다’는 뜻인데 그것의 출발은 역사를 정확히 기록하는 데서 비롯된다. 역사를 왜곡하려는 일본의 시도는 물론 이에 동조하는 ‘친일’ 세력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사도광산 세계 유산 등재 과정은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2015년 일본은 또 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군함도’ 등재를 이끌어낸 바 있다. 당시에도 강제노역 사실 인정,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공언했지만 공염불로 끝났다. 이번의 ‘강제’ 표현 누락도 일본의 교묘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일 터인데, 등재를 둘러싼 우리 정부의 대응과 전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