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장로 금싸라기 땅에 6층 건물 7년 간 방치 왜?
2024년 08월 08일(목) 20:25
한전, 변압·개폐기 등 지중화 계획해 매입…안전문제로 사업 철회
‘재정 건전화’ 일환으로 매각 나섰지만 땅값 절반 하락에 매각 안돼
상인들 “충장로 미관 해치니 한전은 대승적 차원에서 가격 낮춰야 ”

8일 광주시 동구 충장로의 한국전력공사 소유의 6층 높이 건물. 한전은 전력기기 지중화 사업을 위해 이 건물을 매입했지만 사업을 철회하고 매각에 나선 상태다.

광주 대표 상권인 광주시 동구 충장로에 한국전력공사 소유 6층짜리 건물이 7년 간 사실상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당초 이 건물을 매입해 충장로 내 변압기·개폐기 등 전력기기를 지중화 하려는 계획이었지만 지반 침하 등의 안전문제가 우려돼 사업을 철회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은 매입 금액 수준에서 건물 매각에 나섰지만, 충장로 땅값은 매입 당시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해 매각에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장로 상인들은 주요 골목에 자리한 이 건물이 공실로 유지되면서 도심 미관을 해쳐 주변 상권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8일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지난 2017년 6월 27일 연면적 1145.972㎡의 광주시 동구 충장로 93-8번지 건물을 46억원에 매입했다.

한전은 ‘지역공헌형 배전스테이션’ 사업을 위해 해당 건물을 매입했다. 지역공헌형 배전스테이션은 변압기와 개폐기 등 전력기기를 건물 지하에 모아 일대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전력배전시스템이다. 충장로와 같은 구도심에는 변압기가 거리 곳곳에 설치돼 있는데, 이를 한 곳에 모아둠으로써 도심 미관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한전은 막상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전력 공급을 위한 케이블 매설을 위한 공사를 진행하려고 보니 건물 주변의 지반침하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이미 건물 인근 지하는 상·하수도 설비로 가득해 추가로 전력구(케이블 등을 연결하기 위한 터널)를 만들 경우 지반 침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한전은 지난 2021년 10월 배전스테이션 사업을 철회할 수 밖에 없었다.

한전은 해당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는데, 최근 한전의 부채가 심각해지면서 ‘재정 건전화’의 일환으로 해당 건물 매각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전이 해당 건물을 매입할 당시 충장로 일대 상가건물 평당(3.3㎡)가는 5500만원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3000만원으로 급감했다. 한전은 매입가격 이하로는 판매를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건물이 수년간 방치되다 보니 충장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이 주변 상인들 사이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건물의 얼굴격인 1층만하더라도 굳게 닫힌 철제 덧문 위로 ‘매각’이라고 적힌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고,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공익사업 홍보 현수막이 건물을 뒤덮고 있다.

정일성 충장로 1·2·3가 상인회장은 “한전이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인만큼 대승적으로 결단을 내려할 때다”라면서 “매입 가격에 되판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더이상 고집을 부리지 말고 주변 상인들을 위해서라도 매각가를 내리는 결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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