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문고본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8월 08일(목) 00:00
‘빛깔 있는 책들’, ‘범우문고’,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등 학창 시절 한 두 권 사서 모았던 문고본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소설, 에세이뿐 아니라 폭넓은 주제를 다룬 다양한 스펙트럼과 함께 부담없는 가격은 문고본의 장점이었다. 워낙 다채로운 아이템이 등장하는 터라 출간(또는 출간 예정) 목록을 살펴보는 것도 문고본이 주는 재미 중 하나였다.

동구 인문학당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문고본’(9월29일까지)전은 195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의 문고본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획이다.

문고본의 대명사는 1867년 시작해 1만 종 넘게 발행된 독일 ‘레클람 문고’다. 일본 최초의 문고본인 ‘이와나미 문고’는 5000종 넘게 발간됐다.

국내에서는 1970년대부터 신구문고, 을유문고 등 다양한 문고본이 출현하면서 전성기를 열었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삼중당 문고’. 1975년 1권 ‘성웅 이순신’부터 100권 ‘이반제니소비치의 하루까지’ 막강 라인업을 자랑했다. 이듬해 시작된 범우문고는 피천득의 ‘인연’ 등을 펴냈는데 특히 법정 스님의 ‘무소유’는 스님의 열반 전까지 330만 부 이상 팔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말, 당근마켓 등 한가지 주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아무튼’ 시리즈를 비롯, 요즘 출간되는 책도 눈길을 끈다.

놀랍게도 전시된 3500여 권은 모두 인문학당지기 조대영씨의 소장품이다. 수 천 편의 영화비디오 테이프를 소장, ‘원초적 비디오 본색’전을 열기도 했던 그는 ‘빠진 번호’를 체크하며 지금도 헌책방 등에서 책을 수집한다.

아마도 전시에 다녀온 사람들은 “150원 했던 삼중당 문고/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두터운 교과서 사이에 끼워 읽었던 삼중당 문고”라 노래했던 장정일의 시 ‘삼중당 문고’를 찾아보며 그 시절을 떠올릴 것 같다. 더불어 책꽂이에서 ‘나의 문고본’도 한번씩 찾아보지 않을까. 마침 전시가 열리는 인문학당은 1950년대 지어진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다. 오래된 옛집에서, 오래된 책을 만나는 풍경이 어쩐지 한 편의 소박한 그림처럼 보였다.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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