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하늘이다” 했는데 밥 한공기 껌값도 안 돼
2024년 08월 06일(화) 08:00 가가
밥이 진심 밥심이 쌀심
<1> 쌀은 억울하다
<1> 쌀은 억울하다
쌀은 억울하다. 파종부터 수확·생산까지 무려 88번(米)에 걸친 농부의 정성이 깃들여져야 식탁에 오른다는데, 길러진 정성만큼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흰 쌀 밥 한 공기는 껌값에도 못 미친다. 한 때 없어서 못 먹는 게 쌀밥이었다. 이제는 못 먹여서 난리다. 전국 최대 쌀 재배지역인 전남 농민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정부의 무능함에 대한 비판도 높다. ‘밥이 진심, 밥심이 쌀심’을 주제로 5차례에 걸쳐 쌀 소비 촉진을 위한 기획물을 싣는다.
쌀은 한국인의 ‘주식’이다. 육류 소비량(60.6㎏·2023년 기준)이 쌀 소비량(56.4㎏·〃)보다 많아졌지만 여전히 밥에 진심이고 ‘밥심’으로 사는 게 한국인이다. 동학 교주 최시형도, 시인 김지하도 “밥은 하늘”이라고 했다.
그만큼 중요한 순간마다 밥, 쌀이 빠진 법이 없었다. 세 끼를 주식으로 먹으면서도 특별한 날 별식으로 또 먹었다. 생일이면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흰쌀밥과 미역국을 먹었다. 죽어서도 먹었다. 저승에서도 굶지 않기를 기원하며 입에 쌀 한 술 넣어주고 저승사자에게 사잣밥을 대접하며 망자를 부탁했다. 제사상에도 정성껏 차린 밥을 올렸다. 집 떠난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정한수와 쌀 한 그릇을 놓고 빌었다.
삼시세끼 먹으면서도 풍족하지 못해 늘 굶주렸던 백성들은 기회만 되면 배가 터지도록 먹고서야 숟가락을 놓았던 때도 있었다. 벼농사가 시작된 이래 극심한 쌀 부족에 시달렸던 일제 강점기 때는 잡곡밥도 못 해 먹고 죽으로 연명하기도 했다.
그 쌀, 그 쌀밥이 달라졌다. 천덕꾸러기, 애물단지, 푸대접을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 전년(56.7㎏) 대비 0.3㎏(0.6%) 줄었고 역대 최저치다. 국민 1인당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2023년 추정치 60.6㎏)은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84년(130.1㎏) 이후 감소세가 멈추질 않는다. 지난 1990년 처음으로 110㎏대에 접어든 뒤 1998년에는 99.2㎏을 기록하며 두자릿수로 내려 앉았다.
국민 한 명이 먹는 하루 쌀 소비량도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평균 154.6g으로 전년(155.5g)에 견줘 0.9g(0.6%) 감소했다. 즉석밥(210g) 한 개도 하루에 먹지 않는 셈이다.
쌀 한 가마(80㎏) 가격도 지난달 25일 기준 17만 9516원으로, 지난해 5월(17만 8345원)이후 1년 2개월 만에 17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20㎏짜리로는 4만 4879원 수준이다. 비룟값·농자재값·인건비 등 폭등한 생산비를 감안하면 쌀 100g 정도인 밥 한 공기에 최소한 300원은 받아야겠다는 게 농민들 심정이다. ‘껌값’, ‘커피 한 잔 값’도 못되지 않냐는 농민들 요구, 정말 무리할까.
이런데도, 식당의 ‘공깃밥=1000원’ 공식은 깨졌다. 인건비·가스비·전기료 등이 오른 영향이 크지만 쌀 산업 현실을 감안하면 1500원을 적어놓은 메뉴판이 야박하게 보일 정도다.
농민들은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정부 지침대로 재배면적도 줄였다. 전남의 경우 벼 재배면적이 14만 9878㏊(2023년 기준)로, 2021년( 15만 5435㏊), 전년(15만 4679㏊)보다 줄었다. 면적이 줄었으니 생산량도 78만 9650t(2021년)→74만 2913t(2022년)→73년 6985t으로 감소세다. 그래도 재배면적, 생산량 모두 전국 1위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하라는대로 묵묵히 벼 농사 지어온 것밖에 없는데, “쌀값 폭락을 왜 농사 짓는 농민들과 쌀 많이 안먹은 국민들에게 돌리느냐”며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 국회의원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향해 “농민들, 어민들한테 휴가 언제 가나고 물어보면 뺨 맞을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민들도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수입할 수 없는 식량 안보 측면을 고려하면서 농업·농민·농촌이 유지될 수 있도록 소득 보장 차원의 정책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애초 약속한대로 쌀 한 가마 값을 20만원대로 떠받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이다.
박형대(진보·장흥 1) 전남도의원은 “국내외 쌀산업 현황, 국제 식량 자급률 등을 살펴 어려움에 처해있는 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 등 소비 촉진, 친환경·고품질 쌀 생산 및 미곡종합처리장 지원, 밭작물 기계화율 향상, 유통·판매 분야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그만큼 중요한 순간마다 밥, 쌀이 빠진 법이 없었다. 세 끼를 주식으로 먹으면서도 특별한 날 별식으로 또 먹었다. 생일이면 흰쌀밥에 미역국을 먹는다. 산모도 흰쌀밥과 미역국을 먹었다. 죽어서도 먹었다. 저승에서도 굶지 않기를 기원하며 입에 쌀 한 술 넣어주고 저승사자에게 사잣밥을 대접하며 망자를 부탁했다. 제사상에도 정성껏 차린 밥을 올렸다. 집 떠난 자식을 걱정하는 어머니는 정한수와 쌀 한 그릇을 놓고 빌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 전년(56.7㎏) 대비 0.3㎏(0.6%) 줄었고 역대 최저치다. 국민 1인당 돼지·소·닭고기 등 3대 육류 소비량(2023년 추정치 60.6㎏)은 쌀 소비량을 넘어섰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지난 1984년(130.1㎏) 이후 감소세가 멈추질 않는다. 지난 1990년 처음으로 110㎏대에 접어든 뒤 1998년에는 99.2㎏을 기록하며 두자릿수로 내려 앉았다.
국민 한 명이 먹는 하루 쌀 소비량도 역대 최저치다. 지난해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평균 154.6g으로 전년(155.5g)에 견줘 0.9g(0.6%) 감소했다. 즉석밥(210g) 한 개도 하루에 먹지 않는 셈이다.
쌀 한 가마(80㎏) 가격도 지난달 25일 기준 17만 9516원으로, 지난해 5월(17만 8345원)이후 1년 2개월 만에 17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20㎏짜리로는 4만 4879원 수준이다. 비룟값·농자재값·인건비 등 폭등한 생산비를 감안하면 쌀 100g 정도인 밥 한 공기에 최소한 300원은 받아야겠다는 게 농민들 심정이다. ‘껌값’, ‘커피 한 잔 값’도 못되지 않냐는 농민들 요구, 정말 무리할까.
이런데도, 식당의 ‘공깃밥=1000원’ 공식은 깨졌다. 인건비·가스비·전기료 등이 오른 영향이 크지만 쌀 산업 현실을 감안하면 1500원을 적어놓은 메뉴판이 야박하게 보일 정도다.
농민들은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해서 정부 지침대로 재배면적도 줄였다. 전남의 경우 벼 재배면적이 14만 9878㏊(2023년 기준)로, 2021년( 15만 5435㏊), 전년(15만 4679㏊)보다 줄었다. 면적이 줄었으니 생산량도 78만 9650t(2021년)→74만 2913t(2022년)→73년 6985t으로 감소세다. 그래도 재배면적, 생산량 모두 전국 1위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하라는대로 묵묵히 벼 농사 지어온 것밖에 없는데, “쌀값 폭락을 왜 농사 짓는 농민들과 쌀 많이 안먹은 국민들에게 돌리느냐”며 하소연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서삼석(영암·무안·신안) 국회의원은 최근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향해 “농민들, 어민들한테 휴가 언제 가나고 물어보면 뺨 맞을 얘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농민들도 법 앞에 평등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싶다고 아무 때나 수입할 수 없는 식량 안보 측면을 고려하면서 농업·농민·농촌이 유지될 수 있도록 소득 보장 차원의 정책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다. 애초 약속한대로 쌀 한 가마 값을 20만원대로 떠받치겠다는 의지를 보여달라는 요청이다.
박형대(진보·장흥 1) 전남도의원은 “국내외 쌀산업 현황, 국제 식량 자급률 등을 살펴 어려움에 처해있는 쌀 산업 활성화를 위한 아침밥 먹기 캠페인 등 소비 촉진, 친환경·고품질 쌀 생산 및 미곡종합처리장 지원, 밭작물 기계화율 향상, 유통·판매 분야 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