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8월 04일(일) 22:00
한여름 이맘때 자주 들을 수 있는 자연의 소리 가운데 하나가 매미 울음소리다. 예전과 달리 아파트가 많이 들어선 요즘에는 방충망에 달라 붙여 고음을 뿜어내는 매미를 보기도 한다. 한적한 시골길이나 도심 공원에서 울려 퍼지는 매미 울음은 성하의 계절에 느낄 수 있는 낭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여름철 가장 오해를 많이 받는 곤충을 꼽으라면 베짱이를 빼놓을 수 없다.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식량을 모으는 반면, 베짱이는 나무그늘에 앉아 노래나 부르며 허송세월을 보낸다. 추운 겨울이 다가오고 식량이 떨어진 베짱이는 먹을 것을 구걸하기 위해 개미를 찾아간다. 베짱이가 이처럼 ‘게으름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게 된 데는 동화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곤충의 능력은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나은 경우도 훨씬 많다. 생존하기 위해 먹고, 천적에 맞서기 위해 방어를 하고, 짝짓기를 위해 선물을 한다. 곤충학자인 정부희 우리곤충연구소 소장은 ‘곤충은 남의 밥상을 넘보지 않는다’라는 책에서 그와 같은 습성을 지닌 곤충을 “인성이 부여된 존재”로 본다.

매미와 베짱이가 여름이면 그악스럽게 울어대는 것은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다. 매미는 약 3~17년 땅속에서 유충으로 살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으로 고작 2~3주를 산다. ‘17년 세월에 대한 보상이 짝짓기’라는 번식으로 귀결되는 것이다. 베짱이도 알려진 것과 달리 매우 부지런하다. 수컷은 겨울이 오기 전 짝짓기를 위해 암컷을 향해 ‘세레나데’를 부르고 죽음을 맞이한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요즘, 어떤 이들은 매미 소리에 불평을 하기도 한다. 수많은 매미들이 한꺼번에 울면 비행기 이착륙할 때의 소음이 발생한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울음에 담긴 그 절박함, 숭고한 임무를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안도현 시인은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에서 “연탄재 함부로 발로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고 노래한 적 있다. 그 시를 이렇게 패러디해 본다. “매미 함부로 욕하지 마라. 너는 누군가를 위해 그렇게 가슴 뜨겁게 울어본 적 있느냐”

/박성천 문화부장·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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