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8월 01일(목) 22:00
에펠탑이 한눈에 보이는 프랑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지네딘 지단이 말쑥한 정장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영원한 ‘중원 사령관’의 등장은 당연해 보였다. 파리에서 10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 프랑스하면 ‘아트 사커’를 떠올리는 이들도 많다.

성화는 올림픽을 기다리는 재미 중 하나다. 개회식 성화 봉송 주자와 성화 점화 방식은 ‘비밀’이다.

사실 ‘비밀’이지만 여러 추측이 나오고 결국은 공공연한 비밀이 되는 경우가 많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에도 성화 최종 주자는 비밀이었지만 모두 김연아를 기다렸다. 달항아리 모양의 성화대에서 펼쳐진 ‘피겨 여왕’의 우아한 연기는 예상 밖이었지만.

최종 점화자로도 언급됐던 지단, 하지만 그에게 성화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른 인물을 보고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는 ‘클레이 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이었다. 이름 자체만으로도 성화 주자로 부족함이 없지만 나를 당황하게 한 것은 그의 국적이다. 순간 “나달이 프랑스 사람이었나?”라는 황당한 생각까지 했다.

에펠탑 아래서 열리는 파리 올림픽 개회식인 만큼 당연히 ‘프랑스’를 생각했다. 나달은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다. 편견에 갇힌 머리가 부른 혼란함은 다음 장면에서도 계속됐다. 나달은 튈르리 정원에 있는 열기구 모양의 성화대로 가기 위해 센강 위 보트에 올랐다. 보트에서 그를 맞은 이들은 ‘육상 전설’ 칼 루이스,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이상 미국), 체조 사상 첫 ‘10점 만점’ 연기를 선보였던 나디아 코마네치(루마니아·미국 복수국적)였다. 스포츠를 몰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들. 특히 우사인 볼트 이전 원조 번개맨은 칼 루이스였다. ‘발이 빠른 사람=칼 루이스’였던 시대가 있었다.

프랑스 사람은 없는, 단 프랑스 오픈 14차례 우승 이력만 있는 나달을 중심으로 이색 성화팀이 센 강을 달렸다.

이번 개회식은 편견을 깼다. 개회식 공연에도 다양성과 포용성을 담았다. ‘프랑스답다’는 조소 섞인 반응과 종교적 논란도 있었지만 어찌 됐든 선상 개회식은 편견을 깼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만든 밤이었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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