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유감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4년 07월 30일(화) 22:30
“독박육아에 독박살림까지 벌써 몸살이 온 것 같아요”, “애들 종일 먹을 것 준비해놓고 출근하려니 정작 내 휴식은 어디에서 찾나요.”

엄마들의 두려움 섞인 한숨소리가 시작됐다. 방학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한탄이다. 그런데 가만 듣고 보니 엄마들의 한숨소리만 들리는 게 아니다. 학원으로 내몰려야 하는 아이들의 볼멘소리도 그에 못지않다.

지난주 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번 주 지역 초등학교까지 일제히 방학에 들어갔다. 이맘때가 되면 인터넷 카페나 SNS 등에는 ‘방학이 무섭다’는 부모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방학(放學)’은 사전적 의미로 ‘학업을 쉰다’는 뜻이다. 학교는 학기가 끝난 뒤 일정기간 수업을 쉬는 기간을 둔다. 하지만 현실 속 방학은 ‘쉼표’가 아닌 다음 학기 성적 향상을 위한 ‘기회’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학원들마다 ‘특강’이라는 명목으로 기존 수업 외에 추가 수업 듣기를 강조한다.

초등생들은 교과 학원에 더해 예체능 학원을 다니느라 아침부터 집을 나서고, 중학생들도 다가올 고등학교 내신 지옥을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에 들어간다. 그나마 1~2시간 정도 늦잠을 잘 수 있음에 감사할 뿐이다.

고등학생들에게 방학은 사치일 뿐이다. ‘3년만 눈 감고, 여행은 수능 이후로 미루자’는 얘기를 하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여행가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나선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 속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

‘다음주(토요일)는 휴강이며, 정규 과제와 함께 별도의 방학 과제가 제공 되었습니다’. 지난주 아이의 학원에서 보내온 문자 메시지다. 고작 사나흘의 학원 방학에도 그만큼의 학원 숙제가 더해지니 방학이 마냥 좋을 리가 없다. 방학을 방학답게 보낼 수 있는 날은 언제쯤일까.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과연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 아이도 부모도 모두가 반기는 방학이 간절해진다.

오늘 아침, 뒤도 안돌아 보고 직진해야 하는 고3 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다음주 수능 D-100일이던데 기념으로 야구장 갈까?” 다크서클이 내려앉아 있던 아이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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