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7월 24일(수) 22:30
오래된 레코드판을 10여 년만에 꺼내보았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날이었다. 보랏빛 앨범 표지에 실린 글을 읽었다. “그의 노래 속엔 대체로 콧대 높고 줏대 있는 ‘젊은 한국’이 도사리고 있다. 스튜디오 밖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기타아로 조용히 클래식 소품을 연주해 보던 그의 모습이 생각난다. 그의 일상 생활은 그의 음악에 미화되거나 위장됨이 없이 있는 그대로 소박하고 순수하게 구현돼 있다.” 1971년 경음악 평론가 최경식이 쓴 글이다.

1987년 재발매 된 ‘김민기 1집’은 많은 이들이 소장하고 있을 터다. 얼마 전 지인의 북카페에서도 이 음반을 들으며 그에 대해 이야기했었다. 양희은 목소리로 익숙했던 ‘아침이슬’을 그의 굵직한 저음으로 들었을 때의 충격이 생생하다. 친구를 애도하며 만든 ‘친구’와 한대수 곡 ‘바람과 나’도 좋아하는 곡이었다. 그가 학전에서 공연한 ‘지하철 1호선’은 젊은 날 ‘내 인생의 작품’이기도 했다.

시대의 아이콘 김민기. 기사를 통해 그가 배우와 가수를 ‘앞것’으로 부르고 자신을 ‘뒷것’으로 칭하며 묵묵히 그들을 지켜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김민기는 그런 사람이었기에 언제나 ‘낮은 곳’으로 눈을 돌렸을 것이다.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나직한 독백으로 시작하는 ‘봉우리’는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 메달을 따지 못해 선수촌을 떠나 집으로 돌아간 이들을 위한 다큐의 삽입곡이었다고 한다. 이 곡을 들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었던가.

“어두운 비 내려오면 처마 밑에 한 아이 울고 서있네/ 그 맑은 두눈에 빗물 고이면/ 음-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어제 영결식에서 연주된 ‘아름다운 사람’을 들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았던가.

“고마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난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했다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온 지인의 마음처럼 그와 그의 노래를 기억하는 일들이 이어지길 바라는 게 모두의 마음 아닐까. 그는 진정 ‘아름다운 사람’이었기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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