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테마관광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7월 23일(화) 00:00 가가
일제강점기에 청년 시인은 한글로 시를 썼다. 졸업 무렵 한글 자선(自選)시집을 내려했으나 시대 여건상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나며 시인은 시 19편을 세 부 필사해 그중 한 부를 후배에게 전달한다. 도쿄에서는 서울의 문우(文友)에게 편지를 보내며 자작시를 동봉하곤 했다. 하지만 불령선인(不逞鮮人)이라는 이유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수감된 후 광복을 6개월 앞두고 옥사하고 만다. 그때 압수된 일기와 시들은 끝내 존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자칫 사라질 뻔 했던 윤동주(1917~1945) 시인의 시가 빛을 보게 된 과정은 극적이다. 시인의 유고(遺稿)시 31편을 모은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첫 출간된 때는 1948년 1월. 시인의 친필 원고를 보관하고 해방 후 출간을 이끈 연희전문 후배 백영(白影) 정병욱(1922~1982) 교수는 시집 후기에 “…동주의 민첩한 감각과 투명한 예지는 우리로 하여금 일찍이 우리 겨레가 가져보지 못했던 놀라운 영감의 시인을 얻게 하였다”라고 썼다.
섬진강물이 남해와 합류하는 광양 망덕포구에 시인의 시를 깊이 간수했던 ‘정병욱 가옥’(국가등록문화재 341호)이 자리한다. 가옥에 들어서면 정병욱 어머니가 시인의 유고를 숨겼던 마루밑 항아리를 볼 수 있다. 포구 일원에는 ‘서시’ 등 시인의 시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전남도 문화관광해설사는 “윤동주 시인과 친필 유고를 지켜낸 정병욱 교수에 대한 해설을 듣고 나면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광양시가 윤동주 시인의 발자취를 찾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희망자는 시청 관광과에 사전계획서와 여행일정표 등을 제출한 후 광양 ‘정병욱 가옥’과 해외(중국·일본)에 있는 윤동주 관련 관광지 1곳 이상을 방문해야 한다. ‘윤동주 테마관광’을 통해 일제 암흑기를 별처럼 밝힌 시인의 시정신이 널리 알려지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별 헤는 밤’중)
/song@kwangju.co.kr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우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우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별 헤는 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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