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7월 21일(일) 21:15
일반적인 종교 행위 가운데 하나의 공통점을 꼽으라면 기도를 들 수 있겠다. 사전적 의미의 기도(祈禱)는 “신이나 절대적 존재에게 바라는 바가 이루어지기를 빎”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즉 나약한 존재인 인간이 간절히 염원하는 소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절대자에게 비는 행위이다.

개신교와 천주교는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 죽음을 기념하는 사순절(40일) 시기에 기도에 힘쓴다. 경건하고 엄숙하게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을 묵상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하안거(夏安居) 시기에 스님들이 외출하지 않고 수행을 한다. 음력 4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약 3개월간 한 곳에 머물며 기도 정진한다. 이슬람교에서는 라마단이 일종의 금식 기간이다. 마호메트가 가 쿠란을 계시받은 것을 상기하며 낮에는 음식을 먹지 않고 5번 기도를 올린다.

최근 증심사 주지 중현스님이 펴낸 에세이집 ‘기도의 이유’(불광출판사)는 기도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스님은 “소통과 간청이라는 종교적 신앙행위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수행으로 나아갈 때, 기도는 본래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며 “나아가 신행생활을 관성적으로 하기보다 그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자기화할 때 본래 신행생활이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기에 본능적으로 절대자를 찾는 경향이 있다. 겉으론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람도 말 못할 고민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람들이 현실의 고난과 괴로움을 잊기 위해 부지불식간에 기도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도는 종교 행위이면서 내면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의 평안을 찾는 방편이기도 하다.

그러나 종교에서 행해지는 기도의 상당 부분은 기복신앙적인 면과 연관돼 있다. 물질적인 풍요와 출세,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일상적인 내용이다. 후회스러운 과거, 고통스러운 현재, 불안한 미래가 그런 기도를 부추기는 것일 터이다. 그러나 “어떤 관점에서 보면 소소한 일상에서 수행 아닌 것이 없고 신행생활 아닌 것이 없다”는 중현스님의 말은 나를 변화시키는 것이 기도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새삼 일깨운다.

/ 박성천 문화부장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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