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야 할 자리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07월 17일(수) 22:30 가가
보수 정부가 늘 반복하는 정책 가운데 하나가 감세다.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덜 걷고, 세수가 감소한 만큼 정부 기능도 축소해 ‘작은 정부’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말로는 규제를 완화해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고 사라지는 공공 서비스 대신 시장 논리에 의한 민간 서비스로 이를 대신하게 하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실제로 더 나아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윤석열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을 이미 줄여줬고, 앞으로 상속세도 손질할 모양이다. 최근 계속되는 세수 결손의 원인에 대해 정부·여당은 대외 여건에 따라 법인세가 제대로 안 걷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안도걸 민주당 의원이 “윤 정부가 경기 하강 국면이라면 세수 확보를 위해 전면적인 비상조치를 실시해야 했지만, 지난 2년간 국세 감면액만 13조6000억원”이라고 지적한 것처럼 경기 상황과 어긋나는 재정 정책을 펼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심한 긴축 재정에 나설 기세다. 이는 결국 중산층 이하 계층, 지방의 어려움을 보다 가중시킬 전망이다. 감세와 작은 정부 기조는 부유층, 수도권에는 이익이 되는 반면 그 나머지에게 크나큰 고통만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법인세 인하 혜택을 받는 100대 기업 가운데 84곳이 수도권에 있다. 종부세 지난해 납부자 상위 1%(4951명)가 납부한 금액은 2조8824억원이며, 이는 전체의 68.7%에 해당한다. 대부분 수도권에 근거지를 둔 기업, 부유층은 좋아하겠지만, 지방교부세의 주요 재원인 법인세와 종부세가 급감하면서 가난한 지자체들의 재정난은 더 심각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압축성장을 했다. 미약한 국력의 집중을 통해 효율을 극대화시켰으며, 그 결과 짧은 시간에 그 어떤 국가도 이루지 못했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성과가 대단한 만큼 부작용도 상당하다.
지방 소멸, 부의 양극화, 인구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시장 논리에 맡긴다는 말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개입과 중재를 포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아직도 자신들이 어디에 자리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chadol@kwangju.co.kr
지방 소멸, 부의 양극화, 인구 감소 등이 대표적이다. 아마도 시장 논리에 맡긴다는 말은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에 대한 개입과 중재를 포기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부가 아직도 자신들이 어디에 자리해야 하는지를 모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