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등 가린 공사차량, ‘보행자 안전’ 눈 감았다
2024년 07월 17일(수) 20:10
광주 도시철도 2호선 상무지구 BYC사거리 보행자 불편 겪어

17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의 한 횡단보도에서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 차량이 보행자 신호등(노란색 원)을 가로막고 있다.

광주시 도시철도 2호선 공사 현장에서 공사 차량이 보행자 신호등을 완전히 가리는 등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17일 광주시 서구 치평동 상무지구 BYC사거리에서는 대형 크레인 차량이 신호등을 가로막아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었다.

크레인 팔(붐)이 차량 신호등 일부를 가로막은데다 거대한 차체로 횡단보도 신호등을 완전히 가려버려 보행자들이 보행자 신호를 아예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도로 폭이 60여m에 달하는 큰 도로인데도 언제 건너가야 할지 알 수가 없으니 애가 타는 시민들은 도로 너머로 고개를 연신 기웃거리고, 아예 차도까지 걸어나가 신호를 확인하는 등 불편이 지속됐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던 보행자가 사고 위험에 처하는 아찔한 상황도 잇따랐다.

주민 김지석(33)씨는 “최소 3일 전부터 횡단보도 앞을 크레인이 점거했는데, 오늘도 보행자 신호가 보이질 않으니 언제 길을 건너야 하나 기다리다 신호를 세 번이나 놓쳤다”며 “오전에는 한 어르신이 무작정 길을 건너려다가 직진하는 차량에 치일 뻔 하는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최소한 보행자 안전은 확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했다.

광주시에 따르면 해당 공사 구간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공구로, 이곳에서는 도시철도 열차가 통과할 철근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의 크레인은 이번 주 초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크레인은 지하 12m 깊이의 공간에 철근이나 콘크리트, 거푸집 등을 들고 나르고 있다.

크레인은 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지 배치돼야 하므로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시 관계자는 “여러 구간에 걸쳐 공사를 하다 보니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불편 사항이 있었던 것 같다”며 “공사 현장을 확인해서 크레인 위치를 옮기거나 붐대 높이를 조정하는 등 불편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는 이날 오후 광주일보 취재가 시작되자 문제의 크레인을 이동 조치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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