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의 미스터리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7월 15일(월) 00:00 가가
함평 금산리 방대형(方臺形)고분은 우리나라에서 규모가 가장 큰 즙석분(葺石墳,돌로 봉분을 덮은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고분은 가로 54m, 세로 46m, 높이 8.9m에 달하는 초대형급이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닭, 말 등 동물을 형상화한 ‘하니와’가 출토됐고 사람 얼굴 모양을 본떠 만든 토기가 발굴돼 주목받았다. 일본어로 ‘하니와’라고 하는 식륜(埴輪)은 일본 고훈시대(古墳時代,3∼7세기) 대형 봉분 주변을 따라 세워진 토기다. 역시 중국산 청자연판문완, 흑유도기 등이 출토돼 이 고분이 다양한 국제교류의 산물이라는 것을 엿보게 한다.
함평 금산리 방대형 고분은 고고학계의 미스터리다. 2014년부터 모두 4차례 시·발굴 조사가 이뤄졌으나 매장시설이 드러나지 않았다. 무덤에 시신을 안치하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매장 주체부가 확인되지 않은 탓에 고분 축조시기 폐기·매몰된 권력자의 가묘일 가능성, 제사와 관련한 의례시설, 분구 축조 과정의 구조물이라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전남문화재연구소 주관으로 열린 ‘함평 금산리 방대형고분 사적지정 학술대회’에서도 고분 성격을 놓고 의견이 맞섰다. 박천수 경북대학교 교수는 “하니와와 부장품으로 보이는 개배(굽이 없이 뚜껑이 덮여 있는 접시), 통형기대(긴 원통을 세운 그릇받침) 등이 발굴된 점으로 미뤄 고분임에 틀림없다”고 단언했다. 이영철 대한문화재연구원장은 6세기 전·후에 조성된 공주 송산리 D지구 적석유구(積石遺構,돌을 쌓아 만든 구조물) 등을 사례로 들어 의문을 제기했다. 적석유구 내부에 특별한 시설이 없고 고의로 파손한 유물이 주로 수습됐다는 점을 들어 “금산리 고분을 고분으로 규정하려면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유보했다. 최근 호남지역에서 매장시설이 비어있는 유적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는 점도 거론했다.
함평 금산리 방대형 고분은 지금까지 발굴된 결과만으로도 국가문화유산으로 지정될 가치가 충분하다. 추가 연구 등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고분의 성격을 명확히 밝히는 등 노력이 더 해져 국가사적 지정이라는 결실을 맺기를 기대해본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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