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대신 염소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07월 09일(화) 22:00 가가
복달임 음식의 트렌드가 변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이 남도에서 양탕이라고 불리는 염소탕이다. 염소가 전통 보양식 재료로 이름을 날렸던 개(보신탕 혹은 구탕)는 물론이고 지금도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닭(삼계탕)의 아성까지 넘어설 기세이다.
네모난 눈동자를 가진 염소는 ‘턱에 수염이 있는 소’라는 의미에서 구레나룻 염(髥)자를 붙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중동을 비롯한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의 4분의 3에 이르는 국가에서 이미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가축이다. 전 세계에 600여 종이 광범위하게 분포하는데, 검은색 털의 ‘흑염소’는 뿔을 가진 염소 속의 작은 반추동물로 체격이 작고 성장이 더디지만 고기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해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염소를 보양을 위한 약으로 애용해 왔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혈액과 뼈를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영양소인 철과 칼슘 함량이 높아 체력 보충에 탁월한 식재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염소탕은 추운 겨울을 이겨 내는 데 좋은 따뜻한 음식으로 인기가 많았다.
염소탕의 인기는 지난달 17일 시작된 강진 가축경매시장의 염소 경매가에서 확인됐다. 이날 숫염소는 한 마리(60㎏)가 최고액인 159만 5000원에 낙찰됐다. 이를 ㎏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염소 고기는 2만 6000원이다. 최근 공급물량 증가와 소비침체로 가격이 하락한 한우 ㎏당 평균가격이 1만 5000원 내외인 점을 감안하면, 이제 염소가 한우를 제치고 가장 비싼 식재료가 된 셈이다. 전국 7개 염소 경매시장 중 3개가 있고 가장 많은 염소를 사육하고 있는 전남도에는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염소탕의 대중화를 위해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방법을 찾고, 새 조리법과 메뉴를 개발한 점은 축산업으로서 염소 산업에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우리 주변의 동물 중 반려동물로 지위가 상승해 식용으로 쓸 수 없게 된 개와 인기 보양식의 반열에 올라 더 많은 생명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있는 염소가 교차하면서 드는 묘한 감정은 피할 수 없다.
/bigkim@
염소탕의 대중화를 위해 특유의 냄새를 없애는 방법을 찾고, 새 조리법과 메뉴를 개발한 점은 축산업으로서 염소 산업에 기대를 갖게 한다. 다만, 우리 주변의 동물 중 반려동물로 지위가 상승해 식용으로 쓸 수 없게 된 개와 인기 보양식의 반열에 올라 더 많은 생명을 내놓아야 할 처지에 있는 염소가 교차하면서 드는 묘한 감정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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