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방울의 가치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07월 04일(목) 22:30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 법정 스님은 생전에 이 표어를 들으면 심한 저항감을 느낀다고 했다.

“무엇을 위해 빠르게 살고 있냐”고 반문한 법정 스님은 “더 높이 더 멀리 뛰어봤자 제자리다.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며 지금 이 순간을 강조했다.

지금 이 순간, 더 빠르게 더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이들이 있다. ‘2024파리올림픽’이 26일 개막한다.

법정 스님이 반감을 드러냈던 말은 ‘근대 올림픽 창시자’ 쿠베르탱이 1894년 채택한 올림픽 표어다. 더 정확한 표현은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Citius, Altius, Fortius)’. 스피드와 경쟁으로 점철됐던 근대 사회와 맞물린 표어다.

2021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도쿄올림픽 개막을 사흘 앞두고, 127년 만에 올림픽 표어를 ‘더 빨리, 더 높이, 더 힘차게 - 다함께’로 바꿨다.

세상의 변화에 올림픽 표어도 변했다. “금메달을 못 따서 죄송하다”며 울먹이던 은메달리스트들이 있었다. 언젠가부터 ‘아름다운 2등’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코로나19’라는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대재난도 세상을 바꿨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020도쿄올림픽은 2021년 치러졌다. ‘다함께’의 추가를 건의했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유대감은 스포츠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는 우리의 의지를 북돋는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코로나시대’ 첫 하계 올림픽이 열린다. 우리나라에서 최고 인기 종목인 야구, 축구가 없는 올림픽이다. 유럽에서 대회가 열리면서 야구가 제외됐고, 축구는 10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루지 못했다. 여자 핸드볼만 구기 종목에서 유일하게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면서,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 선수단이 꾸려졌다. 올림픽 열기가 예전만 못한 이유이다.

올림픽을 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수많은 스포츠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경기를 실시간으로 골라보는 세상이 됐다. 전쟁 같던 경쟁보다는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세상은 달라졌다. 그래도 땀방울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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