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중심지 광주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07월 04일(목) 00:00
셰익스피어의 희극 ‘베니스 상인’은 중세도시 베니스를 무대로 상인인 안토니오와 고리대금업자인 유대인 샤일록의 이야기를 다룬다. 안토니오는 샤일록에게 금화 3000두카트의 거금을 빌리고, 갚지 못하면 자신의 심장에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베어주기로 했는데, 여러 사정으로 그들은 법정에서 만났다. 샤일록의 옹고집에 살을 취하되 피를 내지 말라는 재판관의 명판결로 마무리 된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어불성설인 이 극본은 중세 시대상을 정밀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베니스, 즉 베네치아는 도시국가로, 10세기부터 일찌감치 비잔틴제국, 이슬람 국가, 유럽 국가 사이의 중개무역으로 번성했다. 5세기 로마를 침략한 훈족을 피해 도망친 피난민들이 갯벌 위에 건설한 이 도시는 118개의 섬을 400여 개의 교량으로 이어 만들었다. 지표면과 해수면이 거의 일치해 침수피해가 잦고 자동차가 다닐 수 없어 곤돌라로 이동해야 하지만, 누구나 한번 가보고 싶은 세계적인 도시다.

무역과 상거래, 금융업으로 부를 축적하고 강력한 군대로 주변을 침략해 더 큰 부를 쌓아 올린 베네치아의 전성기는 1797년 5월 나폴레옹의 점령과 함께 끝이 났지만 그 화려한 기운은 지금도 여전하다. 베네치아를 비롯해 피렌체, 제노바, 피사, 아말피 등의 이탈리아 도시도 비슷한 방법으로 성장하며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이후 지중해에서 북해, 발트해, 대서양으로 상업의 중심이 이동하면서 현재 서양의 유명한 도시들이 성장할 수 있었다.

도시에서 경제, 그 중에서도 상업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다양한 수준에서의 상업서비스가 제공돼야 도시는 활기를 띤다. 최근 지역 소상공인들이 복합쇼핑몰을 반대하며 삭발식을 가졌다. 소상공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지자체의 세밀한 뒷받침이 있었으면 한다. 여기에 스스로의 노력도 더해져야 한다. 마음 아픈 일이지만 그래도 고도의 상업 서비스는 계속 광주에 들어와야 한다. 대도시 시민들은 이 서비스를 다른 지역에서 충당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의 작은 점포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백화점까지 두루 북적이는 상업중심지 광주가 됐으면 좋겠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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