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년 06월 27일(목) 22:00
할머니 집에 맡겨진 7살 아이는 치킨이 먹고 싶어졌다.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땡볕 속을 천천히 걸어 장에서 사 온 생닭으로 백숙을 끓여준다. 아이는 소리친다. 누가 닭을 물에 빠트렸냐고. 도시에서 자란 아이가 말을 하지 못하는 할머니와의 동거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영화 ‘집으로’의 한 장면이다. 이상한 일이다. 고향 집 불빛만 봐도 배가 부르고, 고단함도 사라진다. 먼 옛날 피붙이의 끼니를 위해 사나운 짐승을 잡아야 했던 사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고기 냄새에 환하게 웃는 아이들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을 것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 광주·전남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앞다퉈 법안을 발의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내고 있다. 초선 비율이 높아서 인지, 대다수 의원은 의욕에 불타 있다. 지역 현안 법안 발의도 이어지고, 예산 확보를 위한 상임위 배정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여야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면서 이 지역 정치인들도 자의 반 타의 반 정치 다툼에 동원되고 있다. 또 자발적으로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싸움에 뛰어드는 정치인도 늘고 있다. 이들은 날 선 용어와 관련 법안을 꺼내들면서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는 언론 등을 통해 검찰의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심지어 대부분의 에너지를 이재명 전 대표를 대신해 싸우는데 쓰는 의원들도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게는 해당 ‘지역’이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지역구는 ‘정치적 고향’이며 ‘집’인 셈이다. 우리가 선거구를 획정할 때 인구수뿐 아니라 지역 안배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지역의 현안을 챙기고, 지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게 고향과 집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이다. 여의도에서의 평가도 중요하지만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 또한 국회의원의 본분이다.

감히 한 말씀 드리자면, 아이가 울고 있을 수 있으니 서둘러 집도 챙기시길. 그래야 치킨이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백숙이라도 먹일 수 있고, 먼 훗날 이 아이가 눈물로 당신을 기억할 수 있을 테니.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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