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 생전 유품 정리로 삶의 질 높여요”
2024년 06월 25일(화) 19:40
광주 동구 ‘나눔과 비움 활동가’ 눈길
지자체 첫 ‘유품 정리사’ 양성…1인 가구·저소득층 서비스
정리사 23명 내달부터 유품 사전 정리 지도 등 본격 활동

‘나비활동가’ 양성과정을 마친 활동가들은 7월부터 1인 가구 등을 방문, 사전 유품 정리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동구청 제공>

광주시 동구에는 ‘나비(나눔과 비움) 활동가’가 있다. 1인 가구와 저소득층의 생전 유품 정리를 지원하는 ‘동구형’ 유품 정리사다. 구청은 생전 유품 정리가 필요한 사회적 고립 위험 1인 가구 등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주민 봉사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최근 수료식을 개최했다. 지자체에서 관련 강좌를 진행하는 것은 동구가 처음이다.

“동구의 경우 1인 가족 비율이 42%에 달합니다. 노인 인구 비율도 굉장히 높죠. 자연히 고립 가구도 많고 가끔 고독사하는 사례도 나오지요. 그래서 고독사 예방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생전 유품 정리는 삶의 질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정리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강좌를 개설했습니다.”

교육을 진행한 동구청 관계자는 “정리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실생활에 바로 응용을 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해 인기가 많았다”며 “강사들도 놀랄 정도로 수강생들의 열의가 높았다”고 말했다.

이론과 실무로 이뤄진 교육은 ‘정리 수납 전문가 2급 과정’, ‘웰다잉과 생전 정리의 이해’ ‘유품 정리의 이해와 관련 법률’, ‘유품 정리와 관련 실무’ 등 총 19회차에 걸쳐 진행됐으며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로 알려진 김석중 키퍼스 코리아 대표를 비롯해 6명의 전문강사가 참여했다.

강의를 수강한 하춘례(62)씨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친정 엄마의 사례를 보고 생전 유품 정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집에 가 보니 생전에 이부자리 등 몇 가지만 남기고 다 정리를 하셨더라고요. 저희가 시골집에 찾아갔을 때 사용할 식기 등 정말 몇 가지만 남겨진 것을 보며 엄마의 마음이 느껴져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도 느껴지고요. 동구에서 교육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신청을 했어요. 어르신들은 아까워서 물건을 버리시지 못하니 묵은 짐이 많잖아요. 물건을 잘 정리하면 생활 환경도 깨끗해지고 필요 없는 물건은 나눌 수도 있으니 사전 유품 정리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하 씨는 “동구에 독거 노인분들이 많으신데 이번에 배운 유품 정리법으로 이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 과정을 수료한 나비 활동가 23명은 오는 7월부터 수요조사를 통해 선정된 사회적 고립 위험 1인 가구와 저소득층 가구에 찾아가 폐품과 유품 분류 등 소유물 정리를 지도하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또 구청은 무연고 법정 저소득층 고독사 가구와 특수청소 전문업체를 연계해 사후 현장 정리 및 특수 청소 서비스도 지원할 예정이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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