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6월 23일(일) 22:00 가가
장편소설보다 분량이 많고 권(卷)마다 독립된 스토리를 갖춘 문학 장르를 일컬어 대하소설(大河小說)이라 한다. 프랑스에서 20세기 가장 인기 있는 문학 장르 가운데 하나는 대하소설이었다. 대표작으로 로맹 롤랑의 10권짜리 ‘장 크리스토프’, 마르셀 프루스트의 7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들 수 있다. 광활한 영토와 특수한 정치적·사회적 배경으로 러시아에서는 대하소설이 많이 창작됐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안나카레리나’를 비롯해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솔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등이 대표작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강점기와 해방전후, 6·25, 산업화와 군부독재 등 격동의 역사를 거치며 대하소설이 꽃을 피웠다. 홍명희의 ‘임꺽정’,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장길산’, 김주영의 ‘객주’,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은 장대한 스케일과 역동적 서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얼마 전 최문경 작가가 광주민중항쟁을 다룬 대하소설 ‘불어오는 바람’(9권·문예바다)을 발간했다. 5·18 당시 동구 광산동 72번지에 살았던 작가는 44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당대 체험을 소설로 완결했다. 집필 기간만 꼬박 30년이 소요됐다 하니 완간하기까지의 지난한 세월이 어떠했을지 가늠이 된다.
최 작가는 “5·18은 당시 신군부가 민주화운동에 나섰던 광주 시민들을 총칼로 학살한 사건이다. 왜곡된 역사를 교정하고 복원하고 싶어 소설을 쓰게 됐다”고 배경을 말했다.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11명의 주인공을 줄거리 방식보다 행적을 토대로 한 서사에 초점을 맞춰 현장감을 살렸다.
스마트폰 등 영상이 발달하면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수많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갈등을 다룬 대하소설을 읽는 이는 거의 없다. 올해 일흔이 넘은 최 작가는 “소설 쓰기는 의미 있는 구원의 시간으로 환원된다”고 했다. 어딘가에 부조리한 시대를 모티브 삼아 대하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작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몇 년 후 오늘의 역사를 도도하면서도 웅장한 서사로 풀어낼 작가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스마트폰 등 영상이 발달하면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줄어들고 있다. 더욱이 수많은 인물들의 얽히고설킨 갈등을 다룬 대하소설을 읽는 이는 거의 없다. 올해 일흔이 넘은 최 작가는 “소설 쓰기는 의미 있는 구원의 시간으로 환원된다”고 했다. 어딘가에 부조리한 시대를 모티브 삼아 대하소설이라는 ‘그릇’에 담아내는 작가가 분명 있을 것이다. 몇 년 후 오늘의 역사를 도도하면서도 웅장한 서사로 풀어낼 작가가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