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지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6월 16일(일) 21:30 가가
조선왕조실록에는 단종 재위기(1454년) 경상도와 전라도 고창·영광·함평·무안·나주 등지에서 큰 지진이 났다는 기록이 있다. ‘담과 가옥이 무너지고 허물어졌으며 사람이 많이 깔려 죽었으므로 향(香)과 축문(祝文)을 내려 해괴제(解怪祭)를 행하였다’고 적었다. 해괴제는 조정에서 분노한 천지신명을 위로하는 제사다. 현종 때(1670년)도 호남 피해가 심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광주(光州)·강진(康津)·운봉(雲峯)·순창(淳昌) 등 네 고을이 더욱 심하였는데, 집이 흔들려 무너질 듯했고 담장이 무너졌으며 지붕 기와가 떨어졌다. 말과 소가 제대로 서 있지 못했으며 길 가는 사람이 다리를 가누지 못하여 놀라고 겨를이 없는 가운데 엎어지지 않는 자가 없었다. 이런 참혹한 지진은 근래에 없던 일이었다.” 지금으로 치자면 2016년 전국을 뒤흔들었던 경주 지진에 버금가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지진 기록을 분석한 ‘조선시대 이래 한반도 지진발생의 시·공간적 특성’ 논문을 보면 모두 441건, 449개 지역에서 발생했다. 연평균 0.93건 꼴이다. 지진 발생 횟수는 경북이 94건으로 가장 많았고 전북 45건, 전남 24건 등이었다. 지진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했고 4단계로 분류한 결과 100∼150년을 주기로 활성기와 잠복기를 반복했다. 지진 규모와 강도 역시 주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도 포착됐다.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조선시대 이래 지진 발생의 규모와 측면에서 볼 때 제 5단계에 해당하는 현재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기상청이 지진 계기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처음으로 전북 내륙에서 규모 4.0 이상 지진이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전문가들은 호남에서도 최대 6.0규모 지진까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2020년 해남에서만 한 달 동안 미소 지진(규모 2.0 미만 지진)까지 포함해 75차례 지진이 발생했다고 한다. 재앙과 재난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지 않는다. 크고 작은 전조 증상을 무시할 때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게 재난사의 교훈이다. 전북 부안 지진도 예외가 아니다.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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