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일지 (陣中日誌)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06월 09일(일) 21:30
지난 1일은 의병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제정한 ‘의병의 날’이었다. 2010년 제정돼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의병의 날은 여느 법정기념일 못지않게 뜻 깊은 날이다. 6월 1일을 의병의 날로 지정한 것은 임란 당시 의병장 곽재우가 창의한 날(음력 4월 22일)을 양력으로 환산한 데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의병 활약이 활발했던 의병의 나라다. 일반적인 의미의 의병은 임란과 항일 당시 외세 침략에 맞섰던 민간인 조직을 말한다. 국가 존망이 위태로울 때 자신의 안위는 돌보지 않고 기꺼이 전장으로 달려갔던 이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있었다.

얼마 전 한국학호남진흥원과 진주 토지주택박물관이 의병 진압 작전일지인 ‘진중일지’(陣中日誌) 등에 대한 연구를 함께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진중일지’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보병 제14연대가 1907년 7월부터 1909년 6월까지 의병 진압을 위해 기록한 문서로 일제 만행은 물론 밀정, 일진회원들의 매국 행위도 담겨 있다. 한편으로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던 우리나라 의병부대 활약도 상세히 기술하고 있어 사료적 가치가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의병의 날’이 들어 있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현충일로 지정된 6일은 예로부터 망종(芒種) 때 제사 지내던 풍습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고려 현종 5년(1015년) 6월 6일에 병사들 유해를 안장했으며, 조선시대 때도 6월 6일 병사들 유해를 매장하고 예를 지켰다. 절기상 소만과 하지 중간에 든 망종(양력 6월 6일경)은 벼와 같은 수염이 있는 종자를 뿌리는 시기다. ‘보리는 망종 전에 베라’는 속담이 있는데 이 무렵 보리를 수확하고 모내기를 하는 건 그런 연유다.

오늘날 역사 왜곡 등 일본의 교묘한 ‘침략’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작금에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는 고도의 전략에서 진행된 경제적 침략일 가능성이 높다. 구한말 의병을 진압하기 위해 분 단위로 세세하게 기록한 저들의 ‘진중일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술책을 명확히 인식하는 것은 물론 ‘의병정신’을 환기할 필요가 있겠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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